CHAPTER 5. 한 차원 높은 최선
뻔하지만 진리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다’입니다. 살아오며 느낀 몇 가지 진리 중 하나였기에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미래가 불안하고 불투명할수록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오늘 나의 직급이나 한 해 연봉이 당신의 평생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수치를 매겨가며 ‘넌 그저 그런 직장인’으로 단정 짓는다면?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무도 제가 하는 일에 박수 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 4년 전까지만 해도 의심의 눈빛을 받았는데, 지금은 마케팅 강의를 요청하는 계열사 간부의 간절함을 볼 때면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죽도록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수시로 눈에 밟히는 어떤 일이 있다면?’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세상이 손가락질해도, 99퍼센트가 틀렸다고 해도, 신념과 소명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주입식 교육의 노예였습니다. 시키는 거 하는 거 좋아하는 노예. 참 즐겁게 열심히 했어요. 다만 좀 특이했던 점이 있다면 교실 뒤에서 웃기는 애들 있죠? 음지 속의 개그맨! 어둠 속의 희극인! 제가 약간 그런 애였어요. 3학년 8반 전교 1등 웃기대! 하는 소문도 있었어요.
그러다 특별한 꿈이 없어서 점수에 맞춰 대학교에 갑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니까 다르더라고요? 듣고 싶은 과목을 직접 골라 수강신청을 하래요. 멘붕.
그래서 친한 친구 만들어서 그 친구가 수강하는 과목을 똑같이 4년 동안 들었어요. 그 친구가 시키는 대로 4년을. 친구 따라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에도 갑니다. 노량진 건물 8층에 위치한 학원. 참 열악했어요.
좁은 방에 유명 톱 강사 강의 듣겠다고 500명이 들어왔어요.
근데 어느 날 함박눈이 내리는 거예요. 노량진이라 한강이랑 남산타워랑 다 보이는데 통유리로 된 교실에 있으니까 뷰가 끝내주더라고요! 그런데 500명 중 아무도 그걸 안 보고 필기만 미친 듯이 하더라고요. 앉아서 2시간동안 눈 오는 풍경을 봤어요.
그때 ‘저 함박눈도 저렇게 자유로워 보이는데 나는 행복하지가 않아! 언제까지 액세서리로 살아야 해!’
그러다 ‘내가 행복할 때는 언제였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어느 순간 딱! 필름이 멈췄느냐면요. 반에서 서너명 모아놓고 웃겼을 때.
이건 아니야! 하고 고시학원을 박차고 나왔어요. 그렇게 개그맨 시험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합격했어요.
처음 선배들과의 대면식 날 옥동자, 오지헌, 박휘순 선배가 와서 “너구나! 올해는 너구나! 얘 좋다! 괜찮네” 하고 가시는 거예요. 그 뒤에 신봉선 선배가 오더니 불쾌한 표정으로 “애가 나 이겼잖아! 나 이제 뭐 먹고 살아! 너 좋겠다” 하고 가세요.
일반적으로 못생겼다. 뭐같이 생겼다, 보기 싫다. 그런 말을 많이 듣는데 개그 집단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는 거예요.우리 집단이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해주니까 자연스레 자존감이 올라가게 되었죠.
성형을 반대하진 않아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면 괜찮다 생각해요. 저는 제 얼굴 사랑해서 날 사랑해줄 수 있는 집단을 찾아간 것 같아요. 잇몸 교정도 안 하고 어떤 시술도 하지 않을 겁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하잖아요.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 주겠어요?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개그우먼 박지선의 이야기입니다. 오랜 시간을 자존감 없이 살다가, 인생을 되찾은 그녀. 안정적인 삶이 정답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고시 준비생은 결국 행복한 일을 찾아 새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가슴이 시키는 삶을 하루하루 사는데 ‘명답이나 정답’ 같은 단어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누가 뭐라던 내 길을 걸어가는 베짱이 필요합니다.
삽질도 10년이면 역사가 된다고 했습니다. ‘소울 있는 삽질’, 그러니까 이것이 내 소명이고 꿈이라면? 누가 뭐라든 끝까지 파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무엇을 하던 사람이든, 어디에 있는 사람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거는 속도전으로 빠르게 잊고, 내 미래의 방향전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이 일을 하다 죽어도 좋겠다 싶은데, 직장이 뭐 대수겠어요?
-한비야
갓 졸업한 20대, 평생직장을 찾아 떠나는 30대, 모두가 정서적으로 불안한 시기입니다. 20대 초반 시작된 학자금 대출은 끈질기게 30대의 새우잠을 부추깁니다. 돈은 버는데 누가 항아리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 같습니다. 빚 안 지면 다행이라고 하는데 귀에는 들어오지도 않구요.
그럴 때일수록 잠시 멈춰 서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면으로 들어가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2014년 가을, 서울역으로 가는 지하철 플랫폼이었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는데 문구 하나가 반짝거렸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진정한 길은 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짧은 하나의 메시지에 저는 울컥했습니다. 직장생활 6개월 차, 슬럼프가 왔었고 원인을 찾아 밖으로 헤매던 때입니다. 문제 해결은 되지 않고, 스트레스와 새치가 풍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유를 되짚어보면, 과도한 욕심과 속도에 매몰된 것입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일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닌데 말이죠.
밑져야 본전이니 내면으로 들어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불편해하던 책을 잡고, 반성도 해봤습니다. 나아가 지금까지 했던 일과, 하고 싶은 일의 키워드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봤습니다.
찾아낸 접점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책 쓰기입니다.
인생은 책 읽기와 비슷합니다. 정독하며 곱씹어야 오래 남는 책이 됩니다. 문장을 고스란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인생 또한 빨리 뛰고 남보다 열심히 산다고 해서 꼭 잘 사는 게 아닙니다.
보통 서른 넘어 직장을 옮긴다고 하면 주위의 반응과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아직 못 찾았어?’ 이런 느낌으로 바라보죠. 하지만 그것이 도망이 아닌 나를 찾는 과정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얼마 전 친구가 직장을 두 번이나 옮겼습니다. 저는 그에게 직장을 구해주거나 힘을 줄 수는 없지만, 응원을 보냈습니다.
돈을 보고 살았던 20대의 삶을 아직도 살고 있다면, 그 친구를 보면서 혀끝을 찼겠죠.
좋은 환경을 찾아 떠돌아다니며 직장을 찾는 것은, 얍삽하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것일 뿐입니다.
제가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30대라서? 사회적 규범으로 봤을 때 안정되어 보여야 할 나이라서?
결코 아닙니다. 내 인생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야 할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중요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야 말로 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가끔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면 친구들과 당구를 칩니다. 그런데 저는 항상 멀리 있는 당구장을 가자고 합니다. 저에게 매번 인생의 귀감이 되는 교훈의 말씀을 해주시는 사장님이 계시는 곳이죠. 금융 쪽 일을 하다 정년퇴직 후 당구장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저도 예전에는 친구들이나 서너 살 터울의 선배들에게 인생 조언을 주로 구했습니다. 그들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생의 방향성과 가치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를 때에는, 2, 30 년 선배의 이야기가 도움 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건이 여의치 않다면, 서점에 들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서점에는 전 세계의 스승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은 사람을 발전시킨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도화지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에 채색되어보기 사랍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면, 조금씩 독서량을 늘려 인생의 선배들을 빠르고 가까이 만나시기 바랍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과 마이동풍에 한계를 느꼈다면, 안목과 통찰력의 선배들에게 선견지명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취업학원들이 강세입니다. 국비지원 시스템도 바뀌어 2015년부터는 취업 위주 교육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실전 위주 교육은 무척 좋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애니어그램을 제대로 세우는 게 먼저입니다. 애니어그램은 사람들과 사람의 행동방식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인간의 본성과 행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경험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취업 관련 애니어그램으로 자신의 성향과 어울리는 직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니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마시고,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비교해보며 나만의 키워드를 도출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내가 해왔던 일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도 좋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적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스스로와 이야기 해보는 것, 나를 알고 내 앞길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첫 번째 길입니다.
모든 중요한 일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입니다. 그것이 나를 위한 희생이라면, 내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한번 해볼만한 장사가 아닐까요?
늘 내 바깥에서 힘과 자신감을 찾았지만 그건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안나 프로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