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키워드
다들 뛰는데 나만 걷는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래 전, 저는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면서 사람들은 ‘세상 고민은 네가 다 짊어진 것 같다’고 했죠.
“머라카노 돌았나?”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속으로는 여간 아픈 게 아니었습니다. 이놈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저놈은 괜찮은 대학교에 들어가 캠퍼스를 즐기고. 그걸 보고 있자니 고민의 농도는 더 빨개졌습니다. ‘다들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술집에서 취객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구나’라고 체념했었습니다.
'다들 평등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 노력 없이 비등한 세상을 바랬습니다. 사회는 이런 제 생각만큼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몇 대에 걸쳐 재와 부를 대물림하는 기업들이 많고, 독점이라는 키워드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국민들의 쌈짓돈을 노리기도 합니다. 대한항공의 땅콩리턴 사건이 그 곪은 염증이라 봐도 될 것입니다.
도련님들은 따듯한 온실에서 과외를 받으며, 학자금 대출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습니다.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뼈빠지게 공부해도, 스타트라인부터 차이가 나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란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부자들의 2세와 짧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부터 궁금했던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를 물어봤습니다.
“혹시 어떤 일 하시나요?” 인테리어 사업 해요, 가구무역 일 해요. 모든 사람들이 카테고리는 달랐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가 물려준 사업을 받았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힘들게 일할 필요는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부의 대물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로스쿨입니다. 매체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로스쿨은 아래와 같은 문제를 지적받고 있습니다.
1. 경제적 진입 장벽
1년 학비 2천만 원
부대비용 포함 1년에 3억가량
2. 성적 비공개로 인한 기득권 세습화 지원
법적으로 변호사 시험 성적 비공개
법관, 검사 임용, 대형 로펌 채용 시 학벌과 집안을 보는 실정
3. 비전문성
일반적으로 법조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며 걸리는 시간 9, 10년
로스쿨 재학 기간 3년
세습화로 물든 지금이 자본주의 사회, 이 세상을 보고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계급사회다”라고 말하는 혹자도 있습니다. 잘사는 사람은 계속 잘살고, 못사는 사람들은 계속 못사는 꼴이 여기 서울에서는 너무 많이 보입니다. 이 부익부빈익빈은 지금 우리나라의 처절한 자화상입니다.
저 역시 돈이 없어서 이별통보를 받아도 보고, 모두가 평등해야 할 법 안에서도 가난이 약점으로 작용해 차별 대우를 받기도 했습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우리 자식들에게나마 이 비루한 현실을 물려주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재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불평등이 있다. 한 사람의 큰 부자가 있기 위해서는 500명의 빈민이 있어야 한다.
–슈바이처
2012년 12월, 허리디스크 수술로 인한 1년의 재활 기간을 마치고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긋지긋한 가난의 비참함을 참지 못하고 결국 돈이 되는 직장에 입사했습니다.
불평등에 분노해 더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2013년 8월까지, 9개월 동안 급여로 4300만 원 가까운 돈을 벌었습니다.
그해 6월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금액인 월급 14,564,381원을 받았습니다. 200만 원 이상 월급도 받아본 적 없는 저로서는 기뻐야 정상이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월급 통장을 보며 한참을 침묵했습니다. 기쁜 것은 잠시였습니다. 모두가 퇴근한 정수기 앞에서 한숨만 쉴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다음 달에도 그만큼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었고, 벌 만큼 벌었음에도 욕심을 부리는 제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었으며, 급여가 가려버린 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허무함 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돈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제가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중 ‘브레이킹 배드’란 작품이 있습니다. 화학선생이 폐암 선고를 받게 되고, 가족들에게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마약을 만들어 파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가족과 멀어지고, 돈이 넘쳐도 욕심으로 인해 그만두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부를 축적하는 것에 미쳐가는 중년을 그린 드라마죠.
영업직에 근무하던 제가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가며 사람들과 경쟁했습니다. 때로는 고객을 액수로 보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술 마시다가도 12시면 되면 정색하고 신데렐라처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는 이런 말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거만해진 것 같아.” 결국 먹먹함과 비참함을 견디지 못해 사표를 썼습니다.
지금 제 연봉은 그때의 절반 정도 수준입니다. 반면 행복지수는 그때보다 몇 배는 높습니다. 영업직에 있을 때의 저는 사람보다 돈이 먼저였습니다.
꿈과 소명이라는 단어는 저와 상관없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힘들게 일하고, 시간도 빡빡하게 쓰고 있지만, 한비야가 말했던 것처럼 이 일을 하다가 죽어도 좋겠다 싶은 것을 어느 정도 찾게 되었습니다.
현금이건 수표건 벌수록 더 목마른 것이 사람입니다. 제 소명이자 꿈인 글쓰기엔 라이터스 하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러너스 하이와 비슷한 단어죠. (러너스 하이: 중간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계속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본다면, 그때는 그저 힘들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다시 돈을 써야 했습니다.
돈인가 미래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입니다.
제가 과거에 영업직을 택한 이유 역시 지긋한 현실을 벗어나보기 위함이었죠.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건강을 뺏어갔고, 사람에 대한 신뢰도 추락시켰으며, 단맛보다 씁쓸함을 남기고 가버렸습니다.
돈이 먼저인가 꿈이 먼저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면? 저는 백 번 천 번 꿈과 미래에 투자하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작금의 투자와 시간들이 가짜가 아니라면, 꿈과 소명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습니다. 하지만 경험은 타이밍이 지나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경험들이 꿈과 소명으로 가는 길을 알려줄 것입니다.
서문에도 이야기했듯, 저는 꿈을 15년이나 돌아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작가를 해보라던 문학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면, 조금 더 일찍 글쓰기를 경험할 수 있었을 겁니다.
누구나 돈에 대한 욕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돈에 매몰되고 예민해지는 삶은 내 몸과 마음을 파괴합니다.
그보다는 스스로에게 예민해지는 삶, 사유하는 시간들이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꿈을 찾아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내 강점을 찾아낸다면, 부는 따라오는 것입니다.
비전만 쫓다 보니 방향을 잃었다.
–로버트 그린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명답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정답과 명답이라는 단어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정답만으로 입사와 입시를 결정하다가 우리 사회가 받은 타격을 생각하면 웃을 수가 없습니다. 취업난과 청년실업을 낳은 큰 이유 중 하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생의 명답이나 정답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는 방식을 바꾸었고, 그것 가능케 한 키워드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수많은 점들이 흩어져 있던 것들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되었다면 설명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로 온 것은 나름대로의 큰 결단이었습니다. 막상 지나고 보면 그것도 인생을 이루는 수천 가지 선택 중 하나일 뿐이겠죠. 돈에 미친 삶을 버리고, 남들이 뭐라 해도 계속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려 했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돈 때문에 내 정체성을 잃고 자아를 버리는 것보다는 100배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돈은 냄새만 맡아야지 맛을 보면 안 된다.”
영화 황제를 위하여 속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돈맛의 위험성을 알았기에 더 뼛속 깊이 전해지는 말입니다. 평균 급여가 500만 원 수준이었던 그 시절의 씀씀이는 아직도 저를 가끔 괴롭힙니다.
취업 공부와 준비를 하고 있는 취업 지망생, 그리고 덩치 큰 기업의 임원까지. 지금의 당신의 연봉과 차가 당신의 인생을 말해주는 게 아닙니다.
남시언 작가의 말을 빌려, 표면적으로 또는 수치적으로 보이는 것이 당신을 평가하는 전부가 된다면, 그것은 정말 슬픈 인생일거라 생각합니다.
영업쟁이였던 때의 저는 가짜 인생이었습니다. 본능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월급으로 보는 가짜 인생이었죠. 진짜 인생으로 가는 길은 쉬운 게 아닙니다. 그때보다 더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궁극적 목표는 내가 찾은 꿈과 소명으로 ‘이 세상 위에서 후회 없이 한판 잘 놀다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는 진지한 놀이인 글쓰기라는 것을 찾았습니다.
제 인생을 바꾼 건 돈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덴티티였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 역시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회 없이 살았다고 훗날 말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행복은 성취의 기쁨과 창조적 노력이 주는 쾌감 속에 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