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늘 마음속에만 있었다. 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실행은 늘 미뤄졌다. 검진 결과지에 적힌 고지혈증이라는 단어와 “조금이라도 꾸준히 움직이세요”라는 의사의 말도 한동안은 내 일상을 바꾸지 못했다. 바쁘다는 이유, 피곤하다는 핑계가 앞섰다.
50대가 되니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조금 서글퍼졌다. 예전에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면 이제는 “몸이 더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가 되었다. 예전에는 살을 빼려고 운동했다면 이제는 약을 줄이기 위해 운동한다. 예전에는 멋있어 보이려고였다면 이제는 계단 두 층을 올라가도 숨이 덜 차기 위해서다.
몸은 생각보다 솔직하다. 가만히 두면 가만히 있는 쪽으로 점점 더 기울어진다. 나이 오십이 넘으면 몸은 은근히 말한다.
“이제 좀 움직이지 않을래?”
그러다 원래 지인들이 하던 작은 운동 모임 (점 클럽)에 몇 명이 더 합류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나였다. 대단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루 20~30분, 각자 운동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 간단히 메시지를 남긴다.
“시작합니다.” 의미로 점 하나를 찍고,
“끝났어요.” 뜻으로 점 두 개를 찍었다.
그 두 줄이 전부다.
무슨 운동을 했는지 거창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담이 덜했다. 누군가가 누른 점 하나가 묘하게 자극이 되고 괜히 운동화를 찾게 된다. 귀찮아도 20분 정도는 해보자는 마음이 든다. 그렇게 며칠이 쌓였다.
몸의 변화는 아주 미세하다. 아침에 일어날 때 조금 덜 뻐근하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조금 덜 찬다. 거창한 변화는 아니지만 몸이 “그래도 노력은 하는구나” 하고 조금 봐주는 느낌이다.
이 모임이 생각보다 좋았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도 같은 방식의 모임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규칙은 똑같다. 각자의 자리에서 20~30분, 시작과 끝을 알리는 메시지. 운동 종류도 자유다.
50대에게 맞는 운동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빠르게 20분 걷기.
유튜브 보면서 10분 스트레칭.
벽 짚고 하는 스쿼트 몇 세트.
양치하면서 까치발 들기.
이 정도만 해도 몸은 반응한다. 20대처럼 근육이 붙지는 않지만, 적어도 몸이 “완전히 방치된 상태는 아니다”라는 안심을 하는 것 같다. 하루에 잠깐, 몸을 위해 시간을 내는 일이 생각보다 개운하고 뿌듯하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하다.
근육질 몸매도 아니고, 마라톤 완주도 아니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된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움직였다.”
그 정도면, 50대의 운동으로는 꽤 괜찮은 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