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보다 미나리

by 램프지니

오랜만에 금요일 기도모임에 참석했다.

집사님의 집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거실과 식탁 주변으로 어른들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고, 집 안은 북적이며 활기찼다.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작은 유리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 푸르게 선 줄기 몇 개가 꽂혀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꽃이 아니라 채소처럼 보여서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이거 미나리 맞죠?”


돌아온 대답은 담담했다.

“네, 맞아요.”


그 순간 더 또렷해졌다. 식탁 한가운데, 꽃 대신 미나리가 꽂힌 유리병이라니. 마냥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길게 뻗은 줄기와 잔잎이 단정했고, 물에 잠긴 아래쪽은 여전히 싱싱했다.


양파나 고구마, 감자, 파를 실내에서 수경재배로 키우는 모습은 종종 보았다. 주방 창가에서 자라나는 그 작은 변화는 낯설지 않았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 놓인 유리병이라면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미나리는 창가가 아니라 식탁 한가운데에 있었다. 마치 주인공처럼.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 중심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적어도 내게는 신선한 발상의 전환으로 느껴졌다.


꽃병에는 꽃이 꽂혀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런데 그날은 그 기준이 조용히 흔들렸다. 미나리도 저렇게 설 수 있구나. 쓰임을 기다리는 재료가 아니라, 그 자리에 놓인 하나의 존재로.


이틀 뒤, 다시 집사님 댁에 갈 일이 있었다. 그 유리병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염치도 없이 말했다.


“이거… 조금 나눠주시면 안 될까요?”


집사님은 흔쾌히 그냥 유리병 채 주셨다.

그렇게 나는 미나리를 병째로 업어왔다.


물을 갈아주며 며칠을 지켜보니, 아래쪽에서 하얀 뿌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잘려 나온 줄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매일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눈에 띄지 않다가도 어느 날 보면 분명히 더 자라 있다. 지금은 식탁 한가운데가 아니라 창가에 서 자라고 있지만 뿌리가 더 튼튼해지면 적당한 자리를 물색해서 옮겨야지.


사실, 생각해 보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날 이후로 나는 사물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다. 정해진 쓰임이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리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사실.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미나리는 오늘도 조용히 뿌리를 내린다.

나는 그 자람을 오래 시간을 들여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