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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또 다른 이름

by 램프지니
“난 휴가를 온 거지,
극기훈련을 온 게 아니라고요!”

아들의 외침에 남편은 맘이 상했다. 큰마음먹고 계획한 일본 여행이었다. 한국에 친정집이 있기도 했고,

남편은 아직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왕성하게 교류하는 덕에 가족 여행지는 늘 한국이 1순위였다.

“우리는 왜 맨날 한국만 가?”

가족의 볼멘소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계획된 일본 여행. 몇 달 동안 여행 루트를 짜고, 숙소를 예약하고, 맛집을 찾아보고… 신나기도 하고 기대도 됐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당신, 일본 가기도 전에 벌써 다녀온 것 같은데?”

그래도 남편은 행복해했다.


그 행복도 잠시, 너무 잘 짠 스케줄 덕분에 가족들에게 쉴 틈이 없었다. 아들은 코피를 흘리고, 나는 짜증을 냈다. “빨래할 시간도 없는 여행 스케줄을 짰다”라고 투덜거렸다. 그리고 착한 딸은 돌려 깠다.

“마치 일본에서 한 달은 지낸 것 같아요.”

아침 새벽부터 나가 자정 전에야 돌아오는 일정이니 그럴 만도 했다. 좋은 곳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었지만, 가족들의 불만은 쏟아졌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남편은 한탄했다.

“가족들이 내 맘을 몰라준다니까.”

알코올로 몸을 소독하듯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럭셔리한 여행보다, 사실은 이런 극기훈련 같은 여행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걸 가족들이 알아주길 바랐다.


말보다 더 깊은 온기로 남는 순간들.

훗날 사진들을 넘기며,

이 시간을 웃으며 추억하게 될 것이다.


“그때 참 좋았지”라고.

이 고단한 여정이, 결국은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어 돌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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