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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Aug 13. 2018

가슴이 뜨거워지는  라틴음악의 열기 속으로 (하)

* 멕시코 음악의 처절함과 한의 정서는 버스가 떠났다


  영화 ‘프리다(Frida)’에서 가슴을 후벼 파듯이 흐느껴 노래 부르는 가수가 있었다. 차벨라 바르가스. 그녀가 추구하는 음악의 장르는 멕시코 음악의 본류라고도 할 수 있는 ‘란체라‘이다. 본래 란체라는 농민들의 춤곡인데, 고달픈 인생의 애환과 외로움, 그리고 사랑의 배신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처절하게 살아온 멕시코인 들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계 멕시코 혼혈 가수 안나 가브리엘이 그나마 그 명맥을 이어갔지만, 지금 젊은 가수들은 란체라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게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히려 밝고 경쾌한 라틴 댄스곡이나 발라드 음악을 좋아한다. 대표곡으로 ’ 라틴 팝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탈리아(Thalia)의 ’Estoy Enamorado(사랑에 빠졌어요)‘를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페드로 카포와 듀엣으로 부르는 사랑 노래는 그냥 달콤한 솜사탕 그 자체이다.                                                                                     

                                                   https://youtu.be/k4l3PAKdQCo          




* 이야기 빼먹으면 섭섭한 라틴음악들


  이야기 하나 : 세계 3대 커피를 꼽는다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첫째로 꼽는다. 나머지 둘은 하와이안 코나, 예멘 모카 마타리를 든다. 자메이카는 블루마운틴 말고 레게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레게음악의 대부 밥 말리(Bob Marley)가 있었기 때문이다. 밥 말리는 미국과 자메이카의 대중음악 양식을 섞어서 독특한 레게음악의 지평을 열었다. 또한 평화, 사랑, 평등, 희망, 그리고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 등을 노래했다. 때문에 흑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음은 물론 레게음악의 대부가 된 뮤지션이다.

                                                                     



  이야기 둘 :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하나 덧붙이려고 한다. 콜롬비아 칼리 출신의 마르타 고메즈(Marta Gómez). 그녀는 주로 쿰바야(콜롬비아와 파나마 민속 춤곡)와 밤부코(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서북부 에스메랄다스 민속 무용 음악)를 주요 자양분으로 하는 음악을 추구하면서, 남녀평등과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을 노래해왔다. 대표곡으로는 ‘라 론다(La Ronda)’를 들 수 있다. 또 하나 ‘니그리토(흑인 아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곡도 있다. 이 곡은 한 어린 흑인 소녀가 백인처럼 하얀 피부를 갖고 싶어서 표백제 한통을 다 마시고 죽다가 살아난 뉴스를 보고 작곡한 곡이라서 가슴이 찡하기도 하다.                                                                     

                                               https://youtu.be/y45W4bHWerU          

  


이야기 셋 : 1970년대 중반 울산 근방에서 석유가 나온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일이 있었다. 당시 석유 비슷한 기름이 약간 나오기는 한 모양이다. 당시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서 물었다.

  “ 계속 파면 뭐가 나오기는 나오는가?”

  한 관계자가 답했다.

  “계속 파면 칠레가 나옵니다”


  진위는 알 수 없으나 당시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우리나라에서 직각으로 계속 파내려 가면 그곳 칠레에도 피노체트라는 군사독재자가 있었다. 민주 선거로 선출된 아옌데 대통령을 비롯해서 수천 수 만 명을 학살하여 정권을 탈취한 피노체트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자 전국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했다. 초록은 동색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아무튼 그 무렵 칠레에서는 ‘누에바 깐시온(Nueva canción : 새로운 노래)’이라는 라틴 아메리카의 사회 참여적인 노래 운동이 전개되었는데 그것은 독재 정권에 항거하는 음악을 통칭하는 것이다. 누에바 칸시온은 1970년대와 80년대 라틴 아메리카에서 사회 변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에바 깐시온’ 운동의 가장 처절한 순교자로서 빅토르 하라(Victor Jara)가 있었다. 칠레 군사정권은 그를 고문하고 양손을 부러뜨려 죽였다. 일찍이 이 누에바 깐시온 운동에 참여한 뮤지션들로는 비올레타 파라(칠레), 유팡키(아르헨티나), 메르세데스 소사(아르헨티나) 등이 있다.   


   

  이야기 넷 : 라틴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안데스 음악을 빠뜨리면 단팥 소를 뺀 찐빵이 될지도 모른다. 안데스 산지는 북쪽 카리브 해부터 남쪽 칠레까지 남아메리카 서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있다.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7개국에 걸쳐있는 산지다. 음악적으로 안데스 음악은 라틴 아메리카 음악의 한 기둥이며, 특히 남미에서는 모든 음악의 DNA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안데스 복장을 하고 케나, 시쿠, 차랑고와 같은 전통 악기와 기타에 맞춰 노래 부르는 찬란한 잉카제국의 그림자를 볼뿐이다.      


  안데스 음악은 듣는 순간 다른 라틴음악과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안데스 음악은 ‘바람의 음악이자 노을의 서정미를 담고 있는 음악’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 음악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침묵하는 잉카의 슬픈 노래일지도 모른다.


  20세기 들어서 안데스 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한 뮤지션은 단연 폴 사이먼이고, 노래는 ‘엘 콘도르 파사’이다. 안데스 음악의 섬세하고 고운 원형을 담은 이 곡은 안데스 출신 세션 우르밤바(Urubamba : 본래는 마추픽추를 흐르는 강 이름)의 연주가 돋보인다. 바람을 닮은 안데스 악기 소리가 어우러진 1974년 라이브 음반 ‘Live Rhymin’에는 우리가 잘 아는 ‘The Boxer’ ‘Duncan’ ‘Elcondor Pasa’ 세 곡이 들어있다.


<세계음악 컬럼니스트 김선호>


                                 https://youtu.be/8FzrlxmGkFo     



          

<참고> 빌보드 선정 - 라틴 음악상 수상 최고의 여성 가수 베스트 10     

2001   Paulina Rubio(멕시코). "Y yo sigo aqui"  

       <Paulina> 앨범   라틴 팝 댄스 곡

2001  Gloria Estefan(쿠바계 미국인).  "Por Un Beso/ No Me Dejes Querer"

       <Alma Caribeña> 앨범   캐리비안 리듬

2002. Celine Dion(캐나다). "Aun Exsite Amor “

       <A New Day Has Come> 앨범   팝송 샹송 류

2003. Thalia(멕시코). "¿A quién le importa? “

       <Thalia> 앨범   라틴 팝 류

2006. Shakira(콜롬비아). "Hips Don't Lie “

      <Oral Fixation Vol. 2> 앨범   라틴 팝 록 류

2008. Kany Garcia(푸에르토리코). "Hoy Ya Me Voy “

      <Cualquier Día> 앨범   라틴 팝

2011. Gloria Trevi(멕시코 미국 거주).  "Me Rio de Ti"("I Laugh at You")

      <Gloria> 앨범   라틴 팝 록

2012. Jenni Rivera(멕시코 계 미국인). medley

      <Jenni> 앨범    깐시옹 란체라

2012.  Olga Tañón(푸에르토리코).

      <Ni Una Lagrima Más> 앨범    메렝게(카리브 해 풍의 춤곡)

2015. Jennifer Lopez(푸에르토리코 계 미국인). "Selena Tribute “

      <A Selena Tribute: Como La Flor /Bidi Bidi Bom Bom /Amor Prohibido>

      R&B, 라틴 힙합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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