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호 Aug 12. 2018

가슴이 뜨거워지는  라틴음악의 열기 속으로 – (상)

          

* 빌보드 라틴음악은 누가 좋아하는 걸까


  미국의 입맛에 따라 각종 규제와 관세 등과 같은 경제 정책이 세계 무역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처럼 어쩌면 라틴음악도 미국의 취향에 따라 이리저리 재단되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실제로 미국적인 시장 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인데, 빌보드 차트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빌보드 차트에서 공개한 이른바 ‘라틴 음악상 수상 최고의 가수 베스트 10’을 들여다보면 라틴음악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라틴 음악의 폭넓은 다양성과 깊이를 가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여자 가수 베스트 10’을 보더라도 출신 국가는 미국과 가까운 몇 나라에 지나지 않고, 장르 역시 지극히 제한적이며, 가수들도 절반 이상이 미국에 거주한다. 따라서 라틴음악을 빌보드의 기준으로 이해한다면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사실 라틴음악은 그 범위가 꽤나 넓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태리 권 음악은 모두 라틴음악으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태리 그리고 중남미 전체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와 서사모아 국가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지금은 ‘라틴 아메리카 음악’을 줄인 말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중남미 아메리카의 음악을 일컫는다. 라틴음악에 대한 사전적인 설명과 분류 등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아주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굳이 여기다가 베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라틴음악의 메카 쿠바


  서러울 만큼 아름다운 쪽 빛 캐리비안 블루의 바다.

에메랄드 빛 파도가 반짝이는 곳.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곳.

그 시간 속에서 마치 탈색된 듯 19세기의 색깔이 정지해버린 도시 하바나.

바람과 빛과 풍경이 잠들지 않는 정열의 대지.

그곳에 깃든 자유로운 영혼과 열정의 음악.

그리고 순결한 이상과 낭만이 묻혀있는 진솔한 삶.

또한 흙벽에 자잘한 금으로 세월이 기어가고 있고, 시간이 그 속에 숨어 있는 곳.

파스텔 톤으로 숨 쉬고 있는 골목길.


쿠바는 라틴음악에 있어서는 메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 단손, 맘보, 살사, 차차차, 쿠바 재즈 등이 경합을 벌이며 충실하게 그 기초를 다지며 전통을 계승해왔다. 이는 아프리카 노예를 활용한 사탕수수 재배의 오랜 역사에서 기인하는 아프리카 음악, 그리고 스페인 각지의 민요와 무곡 등이 전해져 내려온 영향이 크다. 또한 섬나라이면서 항구도시가 많아 각국의 음악이 용광로처럼 섞이고 녹아서 새롭고 독특한 정서와 영역, 그리고 아름다운 리듬을 만들어 냈다.


  이런 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는 1990년대 후반 알려진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 있다. 이들이 부른 ‘Chan Chan Chan’, ‘치자꽃 두 송이’는 대표곡이라고 할 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당시 주요 멤버였던 콤바이 세군도와 이브라임 페레르는 워낙 고령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 외의 멤버들도 대부분 교체되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은 이름만 남아있을 뿐이다.   

                                                    

https://youtu.be/UXwLBS3yUkA     

 


 한편 쿠바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Bebo Valdes)의 연주 또한 꼭 들어볼 만하다. ‘천 개의 현란한 음보다 깊이 있는 하나의 음이 더 소중하다’고 한 베보 발데스는 애니메이션 영화 ‘치코와 리타’의 모델이기도 하다. 그 역시 지금은 음반만 남아있다. 발데스의 연주를 들어볼 만한 음반으로는 2003년 스페인의 플라멩코 가수 디에고 엘 시갈라(Diego el Cigala)와 함께 녹음한 ‘라그리마스 네그라스(Lagrimas Negras : 뉴욕 타임스가 올 해의 음반으로 선정)’와, 콘트라베이시스트 하비에르 콜리나와 함께 연주한 ‘Live at the Village Vanguard’를 꼽고 싶다.   

                                                          

https://youtu.be/Vhmy3KY0eTY    


     

* 새로운 트렌드를 계속 낳고 있는 브라질 음악


  브라질 음악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먼저 삼바가 떠오른다. 삼바가 얼마나 대단하면 축구도 삼바축구라고 할까.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식민 치하에 있을 때 사탕수수와 커피농장으로 수많은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끌려왔다. 그들은 밤이면 고된 노동과 압박의 서러움을 간단한 타악기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면서 고단한 심신을 달랬다. 바로 여기서 기인한 음악이 삼바다. 이후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삼바는 브라질 하층민의 음악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브라질의 대표 음악이 되었다.      

                                                           


  그러나 빠르고 강렬한 타악기 소리가 중산층에게는 아무래도 편안한 음악이 아니었다. 세상은 늘 구하는 곳에 길이 있고 답이 있다 했던가. 삼바로부터 유리되어버린 백인들과 중산층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음악이 태동한다. 그것이 바로 보사노바이다. 보사노바는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트렌드’라는 의미다. 보사노바의 대표곡으로는 까를로스 조빔과 질베르투, 그리고 스탄 게츠가 함께한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The Girl from Ipanema)’를 들 수 있다. 이 보사노바는 재즈에 아름다운 라틴 스타일을 조화시켜 낭만적이고 경쾌한 리듬으로 재창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의 가사는 시인 모라이스((Vinicius de Moraes)가 만든 것이다.                                                                      

https://youtu.be/UJkxFhFRFDA     



  한편 브라질 음악에는 MPB(Musica Popular Brasileira)라는 장르도 있다. 이것은 재즈와 록이 섞인 팝 음악이다. 이 음악은 한 때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음악이기도 했다. MPB는 다소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가수로는 까에따노 벨로주(Caetano Veloso)를 들 수 있다.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명작 영화 ‘그녀에게(원제 : Talk to Her)’에서 까에따노 벨로주가 마리아치로 분장하고 ‘쿠쿠루쿠쿠 팔로마’를 부른다. 애간장이 끊어진다. 영화도 노래도 꼭 감상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https://youtu.be/1emgUdD3_pE



  이외에 브라질에는 브라질식 컨트리 음악이 틈새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 브라질 컨트리 음악의 아이돌로는 미녀 싱어 송 라이터 파울라 페르난지스(Paula Fernandes)를 꼽고 싶은데, 그녀의 노래 ‘Passaro de Fogo(불새)’를 유튜브에서 들어보시면 아마 반할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9l8ghAxFCb8        


  

* “Shall We Dance? “


  아르헨티나 하면 탱고이고 탱고 하면 아르헨티나이다. 탱고는 본래 19C 중반 이태리의 뱃노래와 스페인의 플라멩코, 쿠바의 아바네라, 아프리카의 탱가노 리듬이 복합적으로 섞여 태어난 음악이다. 1880년대 유럽에서 하층민으로 살다가 아르헨티나로 배를 타고 건너와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 근처의 빈민가에서 향수를 달래며 노래하고 춤추던 음악이 그 유래라고 할 수 있다. 이 탱고는 싸구려 선술집 음악 수준이었지만 까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이라는 걸출한 인물에 의해 음악적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고, 또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라는 뛰어난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작곡가에 의해 클래식의 반열로까지 격상되기도 했다.                                                                

https://youtu.be/MepPfI7ebMY


  지금도 탱고 뮤지션들은 다양한 누에보 탱고를 시도하고 있어서 나름 발전하는 탱고를 들어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이 탱고 가운데 들어봐야 할 것은 피아졸라의 명곡 ‘리베르 땅고’와 ‘고탄 프로젝트’라는 그룹의 ‘Santa Maria’이다. 산타 마리아는 리처드 기어와 제니퍼 로페스 주연 영화 “Shall We Dance? “의 주제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세계음악 컬럼니스트 김선호>

                                                                                        


https://youtu.be/tqLh6rQqkoA     

매거진의 이전글 몰리엔도 카페에서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