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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Aug 30. 2018

"웨스턴 일렉트릭은
쓰레기도 비싸다" (하)

Western Electric 7A Amplifier

Western Electric 10-D Speaker   

  


* 최초의 스피커 10-D     


웨스턴 일렉트릭의 10-D 스피커가 나오기 전까지는 스피커다운 스피커는 없었다. 대부분 헤드폰으로 듣던 시기였기 때문에 라우드 스피커(Loud Speaker)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1920년 영국의 브라운에서 만든 Type-1이라는 스피커가 있었지만 스피커라기보다는 헤드폰에 소뿔 정도 되는 혼을 달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1921년 10-D 스피커가 나온 이후 스피커라고 할 수 있는 스피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GEC의 Gecophone(영국,  1922년), True Music의 Junior(영국, 1922년), Amplion AR 시리즈 Dragon,  SwanNeck 등(1923년),  Atwater-Kent 모델들,  마그나복스의 R-3, M-3,  M-4(1924년)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것들은 10-D의 아류 모델로 모두 혼 타입이다.      


Dictograph 혼 스피커
Magnavox 혼 스피커


하지만 10-D의 혼은 다른 여타 혼과 상당히 다르다. 우선 혼의 재질이 종이다. 즉 종이를 여러 겹 겹쳐 압착하여 혼을 성형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제작 방법을 선택한 것은 혼의 공진을 방지하고 재질에 따른 왜곡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뿐 아니라 혼 속에 들어있는 리프로듀서의 진동판은 알루미늄이 아닌 베이크라이트 재질이다. 이 때문에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오래 들어도 귀가 불편하지 않다.     


     

* 향수에 젖게 하는 울림     


리프로듀서는 본래 축음기에 사용되는 조그만 발성기이다. 축음기는 진동판이 바늘에 의해 세로로 떨게 되어 있어서 왜곡이 심하지만 10-D의 진동판은 (물리적으로는 축음기와 같은 원리지만) 전기 자극을 가로로 전달받게 만들었기 때문에 진동 자체가 매우 자연스럽고 왜곡이 극히 적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들의 혼들은 리프로듀서의 진동판을 대부분 성형이 쉬운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혼도 만들기 쉬운 철판, 구리판, 나무판 등으로 만들었다.      


10-D는 워낙 감도가 높고, 현대 스피커와는 임피던스가 다르기 때문에 오늘날의 앰프로는 구동할 수가 없다. 물론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작시키는 순간 내부의 코일이 끊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주파수 대역은 대략 200~4,000Hz인데, 목소리와 기타 소리, 가야금 소리는 꽤 들을 만한 소리를 낸다.  이것으로 듣는 성금연의 가야금 산조는 그야말로 훌륭하다. 7A 앰프에 CD 음원을 연결하여 10-D로 듣는 음악은  마치 약간 코 먹은 LP를 듣는 듯 시간의 불가역성을 뛰어넘어 향수에 젖게 만든다. 


1922년 제작된 Western Electric 7A Amplif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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