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는 길 묻지 않을께 / 김선호
지느러미가 달린 길이
어디로 나 있는 지 모른다
기나긴 세월을 꿈꾸던 손이 차가워지면
거리의 집들은 문을 닫는다
왜 등불이 하나씩 꺼지는 지는 묻지 않을께
기약없는 기다림은 구름을 데려다
시린 하늘에 하얀 병풍을 치고
하늘 가득 웃던 꽃은
심기 불편한 신발을 벗는다
이제 네가 꽃잎 떨구는 이유는 묻지 않을께
공원의 분수가 차갑게 잠들 때
꼬랑지 빨간 잠자리는
한없이 가로로 날고싶어 하다가
이내 세로로 떨어진다
이제 네가 가는 길은 묻지 않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