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터키 여행 가실래요?
<part 1>
아침에 눈을 뜨고 천정을 물끄러미 보면서 혼자 되뇌는 말.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아무 곳이나 외국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 캐리비언의 쿠바.
“그다음은?” 신화를 간직한 에게 해(海)의 터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너 빨리 회사 갈 준비 안 하냐?” 어머니의 말씀.
* 꿈꾸는 여행지 ‘터키’
젊은 시절 공상으로만 꿈꾸던 여행지이다. 지금 터키 여행은 그리 어렵지 않다. 비행기가 이리저리 둘러서 가지 않는 직항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여행상품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졌다. 다만 요즘 IS 관련 테러 때문에 선 듯 내키지 않는 면 때문에 다소 아쉽기는 하다.
수 천 년의 시간이 단층처럼 퇴적된 단면을 찬란한 역사로 보여주는 나라 터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숨길 수 없는 뜨거운 동양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유럽공동체에 가입하여 서양이고 싶어 하는 나라 터키.
사실 터키는 메소포타미아, 히타이트, 아시리아, 그리스, 로마, 오리엔트,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명에 모두 영향을 주었던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입이 떡 벌어지는 자연 풍광과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숭고한 고대 유적들을 안고 있다. 블루 모스크와 성소피아 성당,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비잔틴제국의 화려한 건축과 유물, 금단의 영역 하렘과 600년 이상 세계를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흔적들이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터키는 동서양 문물과 문화가 교차하는 통로이자 충돌지점이었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쌓인 문화의 깊이 또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즉 유럽 문명과 아시아 문명,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 등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문화들이 얽히고 충돌하여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 음악의 용광로
그러면 이제 터키의 음악을 살짝 들여다볼까. 터키의 음악의 토대는 페르시아 음악에 있고 종교적 토대는 아라비아 음악에 두고 있다. 터키 음악은 우리나라 전통 음악이나 서양음악에 비해서 훨씬 많은 음계를 사용한다. 한 옥타브 안에 25개의 음계를 사용하는데, 참고로 지금 사용하는 서양의 표준 음계는 7 음계이고, 국악은 5 음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터키의 음이 얼마나 세분되어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서양 음계나 우리의 전통 음계도 반음 등이 있어서 실제 사용하는 음계가 훨씬 넓기는 하다. 아무튼 18세기부터 유럽의 음악가들은 터키 음악의 분위기를 상당히 많이 사용했는데 여기에 사용된 음악은 메흐테르(mehter)라는 터키의 군악이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1번 3악장 '터키행진곡'이나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피' 역시 터키 음악의 분위기가 반영된 곡이다.
한편, 터키의 민요풍 노래인 아라베스크 음악은 이라크, 시리아, 이집트 등 중동지방에서 인기가 있다. 대표적인 가수로는 ‘터키 팝의 여왕’이라고 하는 세젠 악수(Sezen aksu)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세젠 악수가 민요적 아라베스크 음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설명하고자 한다. 이 아라베스크 음악은 대체로 중산층 이하의 하부구조 계층이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또한 터키는 각 지역 종족이 많다. 따라서 다양한 음악이 병존한다. 남 시베리아의 투바, 알타이, 하카스인 들은 몽골 음악과 비슷한 민요를 부른다, 이밖에도 위구르, 우즈베키스탄에서 내려온 샤머니즘에 토대를 둔 음악도 있고, 승려들이 염불 하는 듯한 음악도 있다. 실제로 터키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고 있어서 분류하거나 구분하기도 만만치 않다.
* 터키 전통 민요 'Uska Dara'
그런데 참 하품 나는 일이 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터키 음악이라고는 고작 ‘우스카 달라’라는 곡 정도이다. 이 곡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Columbia) 인근에서 태어난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어사 키트'가 1953년 터키의 민요 'Uska Dara'를 싱글로 발표하여 알려진 음악이다. 국내의 한 영자신문 기자는 키트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난 후 이렇게 쓴 바가 있다.
“키트의 목소리와 창법은 위스키에 절은 홍등가 여인의 그것처럼 헤픈 선정성을 지녔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우아한데 에너지와 정열이 펄펄 끓어올라 듣고 있으면 몸이 가려워진다”
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23위에 올랐고 초판 싱글 음반은 12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전에 참전한 터키 병사들에 의해 원래의 ‘우스카 다라’가 알려졌다고 하나 정확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어사 키트의 노래를 당시 라디오 수리점마다 틀어놓아서 잘 알려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골목에 하나씩 전파사가 있었는데 주로 다리미, 전기 포트 같은 작은 가전제품이나 TV, 라디오를 수리했다. 이 전파사에서는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놓곤 한다. 이 ‘우스카 다라'는 본래 지중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해협 동단 남부에 있는 터키의 소도시로서 이스탄불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노래의 가사는 이상한 마을 ’우스카 달라‘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이 애인을 그리워하는 그런 내용이다. 유명하고 히트가 된 노래는 대부분 비련의 여자와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공식이 있다. 이 곡도 그 공식에 딱 맞는다.
<세계음악 컬럼니스트 김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