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의 여인
4. 까르미뇨(carminho)
이 파두 가수는 이름이 엄청 길다. 너무 길어서 거의 못 외운다. 본명은 Maria do Carmo Carvalho Rebelo de Andrade. 1984년생으로 리스본 출신이다. 워낙 이름이 길어서 그런지 그냥 까르미뇨로 통한다. 앞서 말한 대로 포르투갈어에서 ‘~Nho'를 꼬랑지에 매달고 다니는 단어가 바로 이 가수의 이름에 나온다. 이 발음은 약간 코 먹은 소리 비슷하게 하면 된다. 그녀의 천부적 재질은 사실 그의 어머니로부터 받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녀의 어머니는 원래부터 유명한 파두 가수 Teresa Siqueira이다.
까르미뇨는 새로운 세대에 맞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파두 가수이다. 최초에 낸 음반은 전통적인 파두였지만 이후 내는 것들은 전통적인 파두에서 벗어나는 현대적인 모습을 담은 곡들이었고 더 나아가 브라질 보사노바 음악도 있다. 이 보사노바 음악은 브라질 보사노바의 아버지라고 할 만한 카를로스 조빔의 노래들을 부른 것이다. 까르미뇨의 성량이나 호소력으로 볼 때 다양한 시도도 좋지만 최초에 자신의 이름으로 낸 ‘Carminho - Fado’ 전통적인 파두 음악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까르미뇨는 원래 하던 짓을 그냥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된다. 사실 호소력 있는 가수가 비 맞은 중처럼 중얼중얼 보사노바를 부르는 것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무튼 처음 낸 음반은 그녀의 몇 장 안 되는 음반 가운데 그녀가 가진 가수로서의 재능을 모두 보여주는 뛰어난 음반이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하는 말.
5. 카치아 게헤이루(Katia Guerreiro)
1976년생인 카치아 게헤이루는 8장의 앨범을 통해 널리 알려진 가수이다. 그녀는 특히 국가가 수여하는 상을 많이 받은 가수로 유명하다. 프랑스 정부가 수여한 무슨 문학예술 관련된 상과 포르투갈 대통령이 수여한 ‘Ordem do Infante D. Henrique’ 훈장을 받았다. 이 훈장은 쉽게 이야기해서 ‘헨리 왕자의 훈장’ 정도 되는데, 6가지 등급이 있다. 그녀가 받은 것은 중간쯤 되는 ‘Comenda’이다.
게헤이루는 본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물론 부모는 포르투갈 사람이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돼서 포르투갈의 사웅 미겔 섬(São Miguel : 포르투갈의 땅 끝 마을 ‘까보 다 호카’로부터 서쪽으로 1,190㎞ 떨어져 있다. 길이 65㎞, 최대 너비 15㎞에 이른다. 원래 화산섬이었으며, 여러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중 해발 1,088m인 바라 봉이 가장 높다. 15세기 이후 12 차례 발생한 지진과 화산 분출로 황폐해졌다. 지금은 주로 겨울 휴양지로 이용된다)으로 이주해왔다. 어려서는 바이올린처럼 생긴 그 지역의 전통악기를 배웠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리스본에 있는 의과대학에 입학해서 2000년에 졸업했다고 한다. 이 무렵 그녀는 대학의 록밴드에서 활동하였고 또 파두를 부르기 시작했다. 게헤이루는 리스본 인근에서 지금도 의사로서 일하면서 낙태 반대운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게헤이루가 파두를 시작한 것은 2000년인데 당시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기념 경연대회 비슷한 이벤트에서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포르투갈의 파두 가수들은 대개 이런 경로로 발탁되거나 파두 하우스에서 가수로 활동하다가 유명해지는 두 가지의 코스가 있다. 게헤이루도 이런 경우 중의 하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2001년에 낸 그녀의 첫 앨범 ‘Fado Maior’는 ‘José Afonso Award‘ 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살라자르의 독재정권에 맞서 1974년 카네이션 혁명을 주도한 좌파 음악가 ‘제카 알폰수’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의미 있는 상이다. 게헤이루의 음반은 컬래버레이션 음반도 있고 비교적 다양하게 많은 편이다. 이렇게 음반을 고르기 힘들 때에는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베스트 모음집 하나 구하면 된다.
게헤이루의 음색은 비교적 고운 편이다. 쥐어짜거나 흐느끼거나 가사를 씹거나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아름다운 바이브레이션과 함께 ‘범생’처럼 파두를 부른다. 또 그녀가 부르는 파두의 가사는 대부분 포르투갈의 유명한 시를 가져다 쓰기 때문에 질적으로도 꽤나 수준이 있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는 차분해진다. 그리고 서정적이다. 아무튼 대단한 미인에다가 전문직 의사에다가 노래도 잘하는 사랑스러운 가수라고나 할까. 인기가 있는 데는 세상에 다 이유가 있다.
6. 끄리스티나 브랑꾸(Cristina Branco)
이 가수는 본래 재즈 가수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주 유명한 재즈 가수는 아니었던 듯하다. 그런데 그의 조부가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파두를 권하면서 파두 가수의 길을 가게 된다. 그녀가 부르는 파두의 특징은 시적이라는 데 있다. 그 이유는 파두의 가사를 시에서 가져다 쓰고 또 시학에 대해서 계속 공부하기 때문이다. 브랑꾸의 노래는 그런데 엄청나게 처량하다. 샘물처럼 투명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처절한 흐느낌이 이 가수의 특징이다. 곡은 주로 기타리스트인 까스텔루(Custódio Castelo)가 그렇게 애절한 곡을 작곡한다.
<세계음악 컬럼니스트 김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