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호 Dec 09. 2017

크로스오버의 또 다른 시도 1

Quadro Nuevo <Part 1>

 
            콰드로 누에보 1



필자는 이런 시를 쓴 적이 있다.

“ 짜장면
뭐가 들기는 들었는데
네 검은 속은 아무도 몰라
하지만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
가장 싼 가격으로
너는 아주
느끼하게 해결해줘 ”

  이 졸작의 시에 나타난 그대로 짜장면은 시커멓고 무엇이 들었는지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기름진 음식에 대한 배고픈 자의 욕구를 아주 싼 가격으로 해결해주는 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국에 가면 실제 짜장면이 없고 또 있어도 비슷하지도 않다. 다시 말해서 중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퓨전 음식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짜장면은 근대사가 만들어낸 크로스오버 음식이 아닐까 싶다. 이와 비슷한 것은 탕수육도 있다. 19세기 말 유럽인들이 중국에 와서 맛본 중국 요리는 입에 전혀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중국 음식과 유럽 음식의 ‘섞음’으로 달달하고 고소하게 유럽인들의 입맛에 새로 맞춘 음식이 탕수육이다. 이 역시 당시의 퓨전이자 크로스오버 음식이 아닐까 싶다.



* 크로스오버란 무엇일까

  사실 크로스오버라는 의미는 일정한 경계를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어떤 문화를 말한다. 따라서 그 경계를 넘나들며 섞이는 것들이 지금은 모든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학문에서도 그런 것은 심화되어서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그것을 ‘통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교수가 이 말을 처음 한 것은 아니고 그의 스승이었던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 1929~)이 사용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한 말이다.

  지금은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여러 분야에서 아주 다양하게 마치 ‘조자룡의 헌 칼’처럼 사용된다. 심한 경우, 잘 모르면 크로스오버이고 성격이 불분명하면 크로스오버라고 가져다 붙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용어도 퓨전(fusion), 하이브리드(hybrid), 컨실리언스(consilience), 컨버전스(Convergence) 등이라고 다양하게 불린다. 좀 고상하게 표현하면 ‘교차’나 ‘융합’이 되지만 조금 고상하지 못하게 표현한다면 이른바 ‘짬뽕’인 것이다.

miles davis 베를린 공연 실황


 * 음악의 크로스오버

  그런데 크로스오버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분야는 단연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흑인들의 블루스 음악과 백인들의 컨트리 음악이 융화되어서 ‘로큰롤’이 만들어졌고, 또 1960년대 말에는 록과 재즈가 서로 넘나들면서 ‘재즈 록’이라는 새로운 음악의 장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랩에 재즈가 섞이면 ‘재즈 랩’, 록이 섞이면 ‘랩 록’이 됐다. 이렇듯 ‘섞음’과 상업성이 크로스오버 음악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 이유는 음악의 장르가 정체되어 상업성이 떨어질 때마다 바로 크로스오버 음악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동원 박인수의 <향수> 음반 표지

 

   그 사례로 드는 대표적인 것들이 마일 데이비스의 ‘재즈 록’이고 또 가요와 클래식, 팝과 클래식, 재즈와 클래식의 접목들이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가요와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는 이동원과 박인수의 ‘향수’, 팝과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의 ‘Perhaps Love’, 재즈와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는 Yehudi Menuihin, Yo Yo Ma, 조수미의 재즈 연주 등 수없이 많다고 하겠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굳이 상업적 이유에서 이루어졌다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음반 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을 때 새로운 마케팅이나 고객의 창출에 기여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크로스오버라는 ‘섞임’의 음악들이 순수음악의 영역과 깊이를 때로는 희석시키고 모호한 위치로 만들어버리는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고는 넘어가야 할 일이다. 아무리 ‘머니가 머니머니 해도 최고’라고 하는 고도의 상업화 시대와 신자유적(?)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존덴버와 플래치도 도밍고 음반


* 새로운 장르의 넘나듦

  여기 소개하는 독일의 재즈 연주자들은 바로 이런 크로스오버의 또 다른 시도를 보여주는 음악가들이다. 어찌 보면 이들의 크로스오버는 두 가지 장르를 넘나드는 그런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서너 가지의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라고나 할까. 아무튼 신비롭고 흥미로운 것은 분명하다. 우선 생각해볼 것은 이들이 추구하는 크로스오버의 음악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그리고 대륙 간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라는 점이다. 섞여있는 음악의 장르는 재즈, 아르헨티나 탱고, 빌스 뮈제트(아코디언 중심의 왈츠),  아라베스크 음악, 발칸 스윙, 발라드, 플라멩코, 지중해 음악 등 다양하다.

콰드로 누에보

 

   먼저 이들에 대해서 간단히 호구조사를 해 본다면 이렇다. 쿼드로 누에보(Quadro Nuevo)는 세계 음악과 재즈라는 영역으로 우선 분류할 수 있는 그룹이다. 1996년 결성된 이들은 독일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들이 지금까지 3,0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해왔다는 점이다. 때문에 탄탄한 음악성과 원숙성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른바 재즈 뮤지션들이 범하기 쉬운 ‘풍신 나지도 않은 애드리브의 잔치’를 벌이지 않는다는 것과 ‘그들만의 리그’에 멈춰서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 같이 즐기는 월드뮤직적인 재즈를 구사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2 편 계속>



<세계음악 컬럼니스트 김선호>



https://youtu.be/D67IWPvHyZc

매거진의 이전글 우수에 젖은 비장한 멜로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