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개고 난 후

by 강소록

어릴 때 엄마가 빨래를 개라고 시키면 난 곧잘 해내었다. 아니 다른 일을 시키는 것보다 빨래 개는 일이 즐거웠다.


다섯 식구의 빨래를 개는 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지만, 수건 한 장 반듯이 접고, 속옷 하나 예쁘게 모양 잡아 개면서, 식구들 얼굴을 하나씩 떠올리니 가족에 대한 정이 새록새록 생겨나는 순간이 그 때였을거다.


그때의 버릇이 남아서일까.

지금도 집안일 중에서 거실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 마른빨래들을 쏟아놓고 하나씩 제 얼굴을 다듬어 주는 것이 즐겁다.

아직 더울 때라 수건이 거의 열개가 족히 되는 듯싶다. 아들 녀석이 씻을 때, 수건을 두 개씩 쓴다니, 털이 많아서 그런가.


나는 매일 아침 루틴이 빨래 개는 일부터 시작한다. (내가 일부터 처리하는 습관이 좀 있다)

빨래에서 나는 향을 맡으며 남편 옷에서는 남편의 어제 일상이, 아들과 딸의 옷에서는 그 애들의 일상이 그려진다.

어느새 내 입가엔 웃음기 그득한 미소가 머물고 있다.

내 옷에서는 나의 고단하고 치열했던 일상이 주방행주들과 함께 오버랩되었다.

왜 한숨이 나오는 걸까.


아직은 식구들이 모두 자고 있다.

어젯밤까지 심한 기침으로 고생했는데, 새벽엔 가라앉아 이렇게 글 쓰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웅크리고 있던 빨래를 깨워 일으켜 예쁘게 단장해 주었으니, 각자의 집으로 보내야겠다.

난 조금 뒤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감기약을 먹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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