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다스리는데 꿀물이 최고일까
잠이 막 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 끼익'
조심스레 연다고 해도 여전히 안방 문은 기괴한 소리가 났다.
" 엄마. 나 왼쪽 눈이 안 보이는 것 같아."
"눈에 뭐 이상한 게 아른거리는 건 아니고?"
딸아이는 눈주위가 아프다고 하기도 했고, 왼쪽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토할 것 같다고도 했다.
나는 눈을 온찜질을 해주기도 했고, 급한 대로 타이레놀 한 알을 찾아서 먹였다.
" 아, 주은아. 따뜻하게 꿀물이라도 타 줄까? 속을 달래주는데 좋을 것 같은데."
난 며칠 전 코스트코에서 산 커다랗고 묵직한 꿀병을 개시해서 딸에게 정성껏 공수해 바쳤다.
" 우웩. 왜 이렇게 달아. 더 메스꺼워졌어."
'꿀이 단 게 당연하지 그럼 꿀맛차를 타 주란말이냐?'
나는 투덜대며 딸이 대부분 남긴 꿀물을 벌컥벌컥 드링킹 했다.
딸은 소파에 그대로 누워있고, 딸이 불빛을 싫어해 작은 스탠드만 켜놓은 채로 나는 어쩔 줄 몰라 안쓰럽게 딸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워있던 딸이 배를 만져달라고 했다.
딸 주은이의 납작한 배를 동그라미를 그리며 쓰다듬고, 길고 하얀 손을 잡아 쓰다듬어 주는데, 그 손이 너무 낯설었다.
내 속으로 낳은 딸아이의 손이 어쩜 이리도 다를까.
내 손은 투박하고 사내의 손에 가깝다고 한다면, 주은이의 손은 말 그대로 섬섬옥수 그 자체였다.
손처럼 연약하고 예민한 체질인 우리 딸을 그동안 손 한 번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다니.
문득 나의 엄마, 내 딸의 외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나도 어릴 때는 약골이라 늘 잔병치레를 많이 했다. 병원출입도 잦았고 특히 결혼할 때까지 심한 소화장애로 고생을 했다.
그때마다 엄마가 배도 쓸어주고, 병원도 데려가고, 밤새 병간호 하느라 고생하셨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내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이고, 잊고 있던 엄마의 사랑과 그에 대한 감사가 되살아 났다.
이런 이야기를 딸에게 조용히 들려주니 아픈 것도 잊었는지 살짝 미소가 내려앉았다.
이제 각자 방에 들어가서 자려는데 조금 후에 화장실에서 딸이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엄마. 토하고 나니까 속이 좀 편해. 머리도 덜 아프고. 아까 꿀물이 효과 있었나 봐."
허옇게 질린 얼굴로 배시시 웃는 딸이 조금은 안쓰럽고 애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