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치는데 항상 세 시간이 걸리는 이유

by 강소록


올해 추석음식으로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은 동태 전이었다.

여러 가지 전중에서 시어머니께 전수받기도 했고, 식구들이 좋아하기도 하는 동태 전은 우리 집의 명절 단골메뉴다.


원래는 동태 전에 남편의 스태미나 음식인 굴전까지 함께 부쳤는데, 아시듯이 워낙에 더운 날씨라 굴상태가 안 좋아 못 부쳤다.

남편이 그 점을 매우 아쉬워하더라.


두둥!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가장 고생스럽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전 부치기부터 하는 거다.


이번 명절에는 감사하게도(?) 남편이 퇴직 후 집에 있는 덕에 장보기부터 음식 만드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남편은 오른쪽 눈에 피부염이 생겨 다래끼가 되려고 하며, 입술은 과로 때문인지 부르터서 눈도 입도 두배로 부풀었다.


그 때문에 약속들도 일절 취소했고, 가장 괴로운 건 고기 핏물 빼고 하나하나 손질한 LA갈비를 손도 못 대고, 그 좋아하는 음주가무를 못 한다는 사실이었다.


난 남편이 한 일주일간 금주할 생각을 하니 미안하지만 왠지 포상휴가를 받은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동태 전을 네 팩 부치고, 남편을 위해 굴전대신에 새우전을 부쳤다.

중간에 삼십 분 쉬고 다 부친 후에 시간을 체크했을 때, 전부 치는 데 세 시간이 걸린 걸 알았다.

올해 설에도, 작년 명절에도 세 시간이 걸렸던 걸로 기억된다.

아마 양이 비슷해서 그렇다고 치기엔 이번에는 양이 한 팩 많았다. 그럼 이번에는 꽤 열심히 했군.


두 번째로 LA갈비를 5kg 재서 김치통 두 개에 나누어 담아 김냉에 넣었다.

다음 날엔 새벽부터 일어나 잡채재료 준비하고, 볶아서 버무려 나의 최애음식 잡채를 완성했다.

나의 그날 점심, 저녁, 야식은 죄다 잡채로 통일이다.


마지막으로 뭇국이다.

가까이 시댁에 바라바리 명절음식을 싸가는데, 이번에는 아프신 시어머니를 생각해 뭇국까지 메뉴에 넣었다.


얼마 전 시어머니께서 손을 다치셨는데, 그 때문에 더 사명감과 책임감이 불끈하게 되었는지 잠도 잘 안 오고, 피곤하지도 않고, 심지어 아픈 무릎도 괜찮은 듯하다.

나 마블 슈퍼우먼이 되려나?


'명절이라고 음식을 힘들게 왜 하냐, 외식하면 되지 '

주변에서 나한테 쉽게 던지는 말이다.

하긴, 나도 명절음식을 이십 년째 한건 아니고, 한 7, 8년 전부터 철들고 하기 시작했다.


굳이 명절음식이 아니라도 어머니의 음식솜씨를 전수받아야 했는데, 다는 전수받지 못한 상태에서 어머니는 이미 너무 연로하고 쇠약해지셨으니, 내가 이제 스스로 노력해야 할 일들이 많고 바빠지게 될 것 같다.


명절음식이나 가정의 풍습을 너무 하찮게 여기는 요즘의 세태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다.

배민도 요기요도 패밀리레스토랑도 진짜 가족이 사는 집에서 먹는 집밥을 이길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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