댠기 알바생으로 산다는 것은
브런치 작가이면서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요즘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다른 일로 바쁘다.
올 해가 5년 만에 2025 인구주택 총조사를 국가데이터처에서 실시하는 해이다.
11월 1일부터 가구마다 다니며 방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방문조사원으로 채용되어 현재 다리가 아프도록 열일 중이다.
첫 방문 때에는 손가락이 떨리는 걸 느낄 정도로 긴장하고 무서웠는데, 지금은 내 집처럼 편하게, 가족을 대하듯이 자연스러운 미소가 절로 나왔다.
물론, 사유하고 글 쓰는 일이 가장 즐겁고 나다운 시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나도 뭔가 경제적으로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에 오래전부터 세상밖을 기웃거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보험회사도 시험 쳐서 입사했다가 금방 그만두었고, 또 그 친구가 좋다길래 부동산회사에도 잠시 다녔었다.
나 같은 귀 얇은 아줌마들이 혹하기 쉬운 다단계(물론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에 빠졌다가 남편이 구해낸 적도 있었다.
그러다 한 번은 나쁜 여자를 만나 크게 사기를 당한 이후로 한동안 집에서만 조신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는 정말 기죽어 지내는 여편네의 애환 그 잡채였다.
시간이 흘러 8년이 지나자 조금 기가 펴지니, 일할 생각이 스멀스멀 생겨나, 알바몬을 매일 밤 샅샅이 서치 했다. 그러다 월급 좀 괜찮고 시간 여유도 있겠다, 나이제한도 없단다, 게다가 능력제니까 열심히 하면 더 벌 수 있다고? 일명 영업 판매직이었다.
불도저 같은 돌직구형 추진력 갑인 나는 다음 날 바로 면접을 봤고, 그 회사를 지점장까지 승진했다가 퇴사했다. 비록 오래 다니진 않았고,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큰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이번에는 정규직도 아니고, 단기계약직인 아르바이트생으로 3주간 근무하고 있다.
같이 근무하는 조사원들은 단기를 더 짧은 초단기로 줄이려고, 어떻게든 빨리 일을 끝 낸 후 쉬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 처음부터 일에 임하는 자세와 목표가 조금 다르다.
조사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노력하며 실천으로 검증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한 가구, 가구마다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인사나 미소에도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조사원기간을 끝내고 경력을 활용해서 다른 조사도 해 볼 생각이며, 승진까지 고려할 계획이다.
급하게 마신 물이 체하기 마련이다. 천천히 돌아가는 심정으로 남은 기간 미완료된 대상가구에 부지런한 발걸음을, 내일도 어김없이 디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