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엄마는 친엄마입니다

멀고도 가까운 모녀사이

by 강소록

딸만 셋인 우리 집에서 첫째인 나는 유독 우리 엄마를 가장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물론, 우리 엄마도 리즈시절엔 배우 장미희를 닮았다는 근거 없는 썰도 있었단다.


하지만, 지금은 남산만 한 배(왜 꼭 남산으로 비유하는지는 몰라도)에 불독같이 사납고 처진 볼살 때문에 아주 심통맞고 고약한 할머니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도 키는 큰 편에 패션 감각은 살아있어 동네에선 멋쟁이 할머니로 통한다.


이름은 몰라도 성은 원 씨라서 원할머니로 불리는 우리 엄마는, 동네 마트며, 세탁소 주인과 부동산 사장이 최고의 단골로 모시는 모양이다.


덕분에 나도 엄마이름을 팔아 원할머니댁으로 고객명을 등록시킨 적도 있었다.

반대로 엄마는 내가 자주 가는 생생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내 번호로 포인트를 적립시켜 주기도 해서 쏠쏠하게 살림에 보탬을 주기도 하셨다.


나랑 엄마는 내가 결혼 전에 방을 같이 쓰는 사이였다.

아빠랑 동생들이 방을 하나씩 차지해서 방 세 개가 만실이 되니, 엄마랑 나는 거실을 방처럼 쓰게 되어 소파사이에 이불을 깔고 잤더랬다.


아빠는 집필과 작곡을 하시느라 밤낮이 없이 작업하셨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부모님은 각방을 쓰셨던 것이다.


엄마랑 같이 자면서 난 그냥 잠드는 법이 없이,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내 고민과 잡다한 개똥철학을 늘어놓았다.

그러면 엄마는,

" 너 그걸 글로 써 봐라. 참 좋은 생각이다."

하시며 칭찬과 함께 조언을 해 주셨다.


그러다가 조용한 듯싶으면 어느새 엄마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고, 한밤의 알쓸신잡(?) 시간은 쫑이 난다.


결혼해서 첫아들을 용케도 낳고,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엄마는 나와 아들이 엄마의 곁에서 편하게 지내도록 전격 집을 사서 엄마와 같이 살게 해 주셨다.


지금 한 지붕아래 엄마네와 우리 집이 같이 산 지 벌써 22년이 다 되었다.

그 사이 애들은 다 큰 성인이 되었고, 엄마는 호호 할머니가 되었고, 나는 오십 대 중반의 주부작가가 되었다.


엄마와 한 집에 살면서 좋은 점도 많았다.

둘 다 병원신세를 많이 진 편인데, 같이 병원을 다니는 병원 동행친구가 되어 주었다.


또한, 일을 하지 않았던 우리 둘은 틈만 나면 가까운 먹거리촌에 가서. 브런치로 밀크티와 번을 먹었고, 점심엔 냉면이나 만둣국을 사 먹었다.

때로는 던킨 도너츠에 커피로 아침을 때우기도 했다. 회사와 학교에 모두 보낸 후, 우리만이 갖는 행복한 사간이었다.


이런 즐거운 시간과 행복한 때를 엄마와 공유하면서도, 지금은 아련하게 안갯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요즘, 서로 각자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바쁜 나머지 자주 못 만나고, 어쩌다 만나도 다투기 일쑤였다.

대화가 안 통하고, 서로를 이해 못 하고, 조금만 실수해도 화를 내는 것이다.


원래가 섞이기 힘든 관계가 모녀관계라고 한다.

물과 기름과 같은 사이라고나 할까.

그 물과 기름이 섞이기 힘든 것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 마요네즈라고 한다.

바로 이 모녀관계를 그린 영화가 '마요네즈'(1999년, 김혜자, 최진실주연)였다.


헌데, 난 마요네즈를 참 좋아한다. 마요네즈뿐 아니라 느끼 느끼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이 식성은 엄마를 닮았던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장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맛있는, 특히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엄마가 주로 생각난다.

이를 보면, 엄마에게 화를 냈어도, 엄마를 소중히 여기고 항상 생각하는 것이라 느껴진다.


내일은 브런치타임에 엄마랑 파스타집에 가자고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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