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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생긴 일
졸음운전 퇴치법
by
강소록
Apr 12. 2025
내비게이션이 아직 두 시간 남았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곡선도로 없이 대부분 쭉 뻗은 도로를 나 혼자 달리는 고속도로 주행은 그놈의 졸음이 자꾸 오는 게 문제였다.
나는 졸음을 쫓아 보려고 라디오를 크게 틀었다.
" 마른하늘을 달려 워워워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내 몸 부서진 대도 좋아~"
악악거리며 이적노래를 가사도 대충만 따라가면서 불러보니, 좀 머리가 개운해졌다.
잠도 깨고.
확실하게 깨 볼까 해서 창문을 여는 순간, 바람이 너무 세서 조그만 차가 거세게 흔들렸다.
음악 소리도 안 들리고.
에라! 그냥 닫아 버리자. 환기효과는 포기다.
이적의 노래가 끝나고 난 후, 갑자기 하필 느린 발라드가 나오는 거였다.
음악효과도 끝이군.
라디오를 끄고 드라이브에 집중했다.
스피드를 조금 내면서 적당히 스릴을 즐기면 잠이 안 오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마치 카트라이더게임을 하듯이.
속도제한 110Km 이하로 달리다, 제한구역을 벗어나자 120, 130, 140Km까지 계기판에 숫자가 보였다.
이런, 차가 폭발 직전이다. 얼른 속도를 낮춰 110Km 이하로 유지했다.
그랬더니 1차선에서 빠르게 달렸던 내 차가 속도를 줄이자, 뒤에 있던 흰색 외제차가 재빠르게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했다가 다시 1차선으로 끼어들었다. 추월당한 셈이다.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오 효과 좋은데!
이젠 역할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1차선 청소작업을 해 본 것이다.
1차선에서 가다가 천천히 달리는 차가 있으면, 바짝 뒤에 붙여 위협하듯이 운전해서 다른 차선으로 내쫓는 일을, 바로 1차선 청소작업이라고 내가 이름 지은 것이다.
이는 주로 내가 당해 왔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차 두 대를 청소하듯 내 몰고 유유히 1차선을 달려 나가는데, 아 글쎄 내 뒤에 있던 또 문제의 흰색 외제차가 추월하는 게 아닌가!
내가 실컷 차려놓은 밥상에 숟갈 얻는 격이 여기에 있었다.
내가 청소한 두 대의 차 운전자에게 순간 벌 받는 느낌이었고, 불량식품 먹고 배탈이 난 어린애처럼 불편하기 짝이 없어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는 게 편해. 남을 괴롭히고 네가 잠시라도 편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니?'
가슴속에서 누가 나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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