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둔 설렁탕을 위해

엄마도 보살핌 받고 싶어

by 강소록



어제 사 온 설렁탕을 냄비에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이미 남편은 일어나서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다.

어제 내가 하루 종일 나갔던 일로 아직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다.

아니었으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애칭을 불러줬을 텐데.


설렁탕을 다 데우고 상차림을 마친 후, 아들이랑 남편을 불러 식사를 하게 했다.

난 여섯 시도 안 돼서 일어난 지라 피곤해서 소파에 널브러진 채로 누워 있었다.


그때, 남편이 밥을 다 먹고 냄비를 열어보더니 이러는 것이다.


"당신은 먹지 마. 모자라니까 나은이만 줘. 일어나면 주라고!"


흥부네 집도 아니고, 먹는 거 때문에 모자라서 한 사람은 못 먹어 울어야 하는지.


진짜 없는 것도 아닌데,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싶어 방에 들어가서 이불킥에 남편베개를 날려버렸다.


실컷 화를 푸니까 진정돼서 그런지 배가 고파졌다.

방에서 슬그머니 나와 주방으로 가니까, 식탁이 깨끗하고 싱크대도 깨끗했다.

남편이 이미 다 치운 것이다.


남편이 설렁탕 먹으라는 말에 난 뾰족한 말투로 딸이나 주라고 했다.

그러고선 그릇에 시리얼과 우유를 담아 거실 탁자로 갔다.

먹고 싶지도 않았지만 별 수 있나.

배는 고프고, 가오는 세워야겠고.

이 시점에 설렁탕 조금 먹겠다고 그릇 내밀면 각설이 같은 기분이 들 것 같거든.


나만 성씨가 다르고 자기들끼리 성씨가 같다고, 한 통속에다 한 편인 연합군 같고, 나만 홀로 독립군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왕유치한 발상인가?)


우리 집의 경우에, 남편이 지극히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라서 그런지, 항상 애들 중심으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 때문에 아내이자 엄마인 내 의견은 배제되는 때가 많다.


요즘 젊은 엄마들과 워킹맘들은 공동육아와 가사분담에 불만이 있지만, 의사결정에 참여는 한다고 본다.

하지만 중년세대 이상에서는 대부분이 남편에게 가정의 중대사 및 의사결정을 맡겨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마주한다.


사소하게 식탁에서 차별받는 아내, 엄마가 그 식탁을 새벽부터 삼시 세끼 정성으로 차린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도 당연하게 사랑과 정성을, 받는데만 익숙하진 않았나 한 번쯤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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