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말고 롤모델이요

외할머니 기일에

by 강소록


외삼촌이 단톡방에 오늘이 21년 전 하늘로 가신 외할머니 기일이라고 알려 주셨다.


매년 찾아오는 외할머니 기일인데,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구나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에 가슴이 저려왔다.

그리고 가슴 한편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올라오면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가슴속을 열면 물이 왈칵하고 쏟아질 것 같았다.

눈에서 다 나오지 못한 눈물이 가슴으로 나오는 것이라면 가슴을 열어서라도 시원하게 쏟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외할머니는 첫 손주인 나를 매우 예뻐하셨다.

결혼하고 입대한 사위와 회사 다니는 딸을 생각해, 딸의 출산부터 내가 다섯 살이 되기까지 애지중지하며 정성으로 키워주셨다.

지금도 2층 외갓집 방구조와 계단들, 옥상과 지하실 모두 대부분 기억난다.


그래도 가장 기억나는 것은 그 이층 집에서 외할머니가 해 주셨던 궁중떡볶이, 사이다 병으로 반죽을 밀어 빚은 만두, 외할머니 손잡고 때 밀러 갔던 대중탕 천장에 매달린 방울방울 물방울들이 떠오른다.

그때의 익숙하고, 따스하고, 자꾸 맡고 싶게 만드는 냄새의 추억이 다시 과거 5살의 나로 돌아가게 한다.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나도 할머니가 되면 이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롤모델 같다면 외할머니가 특유의 수줍은 웃음을 지으시며,

"못생겨서 모델은 무슨 모델이니~ "

하실 거다.


우리 외할머니는 나뿐 아니라, 내 동생들이랑 사촌, 이종사촌까지 줄줄이 돌봐주셨다.

작은 체구지만 큰 마음을 가지신 분이셨고, 큰 소리를 낸 적도 못 본 것 같다.


조용하지만 강한 어머니로서 지금까지 자손들에게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가정에, 가문에 어머니 한 사람이 이렇게 귀한 존재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다시금 생각을 하게 한다.


오늘 외할머니 기일에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은혜에 보답을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에 잠겨있었다.

이젠 아쉬움대신 나도 외할머니 프로젝트를 세워 아들 딸 교제와 결혼을 예의 주시하며 독려해야겠다.

그리고 손주들을 보살필 준비로 체력단련과 심신건강을 도모해야겠다.


애들이 늦게 결혼할 때 나중에 혹시 치매라도 걸리게 되면 큰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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