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옆구리는 안녕하신가요

엄마표 김밥이 최고지

by 강소록

저절로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어젯밤 늦게까지 만들어 놓은 김밥재료가 식탁 위에서 무사히 잘 있을지 걱정이 되었나 보다.

무쳐놓은 시금치는 냉장고행이었지만, 계란지단, 소고기볶음, 맛살 구운 것, 어묵조림은 식탁 위에 고이 모셔 두었기 때문이다.

뭐, 아직 더운 여름은 아니니 걱정 없지만 주부의 마음은 항상 노심초사 가스불 하나도 소금 간 하나에도 간이 콩알만 해졌다 눈알만 해졌다 한다.

다행히 계란지단을 대표주자로 한 놈 먹어 보니까 무사히 살아 계신다.

고기는 비싼 놈이라 아까워서 패스하고 맛살이랑 어묵은 믿어 보자.


김밥재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얘 내들을 구운 김으로 예쁘게 포장해서 옷을 입히는 일, 즉 싸는 것이다.

예쁘게 싸지 못하면 바로 김밥 옆구리 터지는 대참사가 발생해서 김 따로 밥 따로 재료를 그냥 뱃속에 욱여넣어 먹은 것으로 만족하는, 그러다가 질질 흘리기라도 하면 완전 왕짜증 나는 것이다.


김밥을 싼 본인이 먹으면 속상할 따름이겠지만, 예를 들어 엄마가 싸준 옆구리 터진 김밥을 남친 앞에서 딸이 먹다가 창피를 당했다면?

으~ 나중에 집에 돌아온 딸이 아마 엄마한테 앞으로 김밥 싸지 말라고 할 거라 난 백퍼 예상한다.


그래도 난 그런 리스크를 안고 수고를 다해 김밥을 싸는 위대한 새벽 노동현장에 있다.

일단은 꼭두새벽인데도 배가 고프니 과일로 허기를 면했다.

씻어서 꼭지를 떼어 놓은 딸기와 바나나 한 개, 무조건 커피 일 잔을 하고 나니 바나나가 참 향긋하고 맛있어서 한 개 더 먹었다.

TMI하나, 김밥 싸는 날에는 내 체중이 반드시 는다.

왜냐하면, 김밥 썰 때 가장자리를 내가 다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내가 김밥킬러이기도 하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렇게 미리 공복상태를 만들지 않고 과일 등으로 채우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이번에 처음 시도해 보는 전략이기도 하다.


어느새 5시가 되었다.


너무 조용해서 내 들숨 날숨소리, 키보드소리, 김치냉장고에서 가글소리가 난다. 냉장고는 바꾼 지 얼마 안 돼서 아주 얌전하다.


이제 김밥을 싸야겠다.


참 오랜만에 싸는 거라 혹시..

옆구리 터트리게 싸지는 않을 거다.

김밥틀로 꾹꾹 말아 밥알로 밀봉 확실하게 하고, 잘 드는 칼로 샥샥 이쁘게 썰어 담아 식구들 눈 커지게 만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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