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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빵므파탈의 최후
빵순이 엄마의 일상
by
강소록
May 9. 2025
우리 집에 가끔씩 적색경보령이 내려질 때가 있다.
봉지 한가득 이 빵 저 빵 빵빵하게 담아 사들고 빵므파탈 엄마가 집에 온 날은 집안이 경계태세를 갖춘다.
일단, 빵므파탈이 집에 들어가자마자 옴므파탈 남편이 집에 있나 없나 신발부터 살펴본다.
'아니, 하필 일찍도 들어와 있군.
다행히 방에 있는 걸 보니, 지금 안 되는 공부하느라 고생 중이군.'
빵므파탈은 싸스콰치 같은 머리털을 쓰다듬으며, 사 온 빵을 어디에다 숨겨 놓을까 머리를 굴렸다.
이때, 작은 방에서 딸이 나와 엄마를 불렀다.
" 엄마! 뭐 사 온 거야? 또 돈 많이 썼지?"
'윽~ 내가 못 살아. 얘는 오늘 아직 알바 안 가고 왜 있는 거야.'
빵므파탈은 이에 굴할 허약한 아줌마가 아니다.
"딱 기다려. 내가 오늘 저녁 기가 막히게 맛있는 메뉴로 식구들 입호강시켜 줄 거니까. 이거 다 장 봐가지고 온 거라고."
그러고선 후다닥 급똥 마렵다며 봉지째 들고 화장실로 직행하였다.
화장실에 들어갔으니 쌩쑈는 해야 하고, 시간 좀 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비데에 앉아 있다보니 정말 변의가 느껴졌다.
오랜만에 오래 앉아보는 따뜻한 비데인지라 마음이 편해지기까지 했다.
'아니지, 얼른 거사를 치르고 애기들을 꼭꼭 숨겨야 해.'
정신 차리고 일을 보려 했으나 암만 힘을 써봐도, 머리에 핏대가 서도록 용을 써도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할 수 없이 전화를 들었다.
"여보.. 나 안방 화장실인데.. 좀 와봐."
결국 빵므파탈은 굴욕적인 조치를 해서 화장실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당연히 사 온 빵들은 죄다 압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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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일상에서 소금기 빼고, 달달한 웃음기 더하면서 유치한 발상을 추구합니다. 숨쉬는 법을 글 속에서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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