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땡이뚱의 고민

옴므남편의 아내사랑

by 강소록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몸 안의 수분을 내 보내고 신발장 앞에 있는 체중계로 갔다.

혹시 누가 볼까 봐 눈치를 살피며 입고 있던 티셔츠와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속옷만 입은 채로 어제 얼마나 잘 살았는지 시험을 본다.


예전에 그래도 한때는 하루에 500점은 아니라도 400점이나, 200점이라도 받을 수 있는 감량속도가 나를 더욱 박차를 가하게 하는 미친 원동력이 되기도 했었다.

여기서 500점이란, 500그람 감량을 말한다.(이미 눈치챘을 테지만)


그런데, 왜 지금은 체중을 재고 난 후에,

'아니야. 체중계가 고장이겠지. 아님 내가 며칠 큰 일을 못 봐서 그런 거야 ' 하며 스스로 변명 아닌 변호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 옴므파탈은 나를 대놓고 뚱땡이라고 부르기 뭣하니까, 땡이뚱이라는 별명을 지어 부르면서 놀린다.


내가 질색팔색하며 돼지과에 해당하는 그 어떤 별명을 부르면, 평생 그런 모습만 볼 것이라고 공갈과 협박을 해도 코웃음 눈웃음이다.


그래서 난 별 수없이 우리 집에서 땡이뚱이 되었다.


남들에게 하소연을 하면 남편에게 사랑받아 좋겠어요 하며, 자기는 남편과 각방 쓰고 누구 엄마로 가끔 불리는 게 다라고 한다.


옴므남편이 놀리는 게, 아직은 내게 관심이 있다는 그린라이트인가.

옴므보다 십 킬로 이상 더 많은 내가 유죄인간인가.


툭하면 아프다고, 밥 하다가도 무릎 쑤시고, 발 저리고, 심지어 자다가 한 번은 아파서 으악하고 소리 질러, 남편을 깨운 적도 있었다.

그래서 자다가 남편을 깨울까 봐, 아예 나를 엎어놓고 반죽하듯이 전신을 마사지해 준 뒤, 내가 숙면할 수 있게 해 준 옴므남편이었다.


게다가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씻어 넣어주고, 청소에 빨래도 도와주니, 이 정도면 옴므가 아니라 엄마가 아닌가.


땡이뚱은 이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옴므엄마 말에 잘 따르고, 옴므가 나를 귀엽게 불러 주는 대로 그냥(?) 살아가도 되겠지만,

혹시라도 내가 별명이 1도 안 어울리는 진정한 팜므파탈로 환생할지 누가 알쏘냐.


그동안 괜한 반항심으로 깨어졌던 하모니를 이젠 멋지게 연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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