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제자 현세

by 강소록

영탁이랑 만화카페에 가면 현세는 오래된 만화책이 있는 곳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이현세의 만화는 대부분 죄다 읽어서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모르는 내용이 없었다.

단 하나 아쉬운 건,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들을

대부분 보지 못한 것이었다.

단지, 엄마한테 '공포의 외인구단'영화에서 까치로 나왔던 최재성이 너무 멋있었다는 말을 들었고, 주제가를 부르는 엄마의 노래는 별로였지만, 멜로디와 가사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런 가사 내용의 영화 주제가를 가수 정수라가 청아한 음색으로 부르는데, 영화 속 까치와 엄지의 재회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순간,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을 낳자 공포의 외인구단 원작자 이현세 씨의 이름을 따서 현세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현세가 중1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만화에 빠져 만화책을 참고서, 문제집보다 많이 보고, 그림을 그리면 무조건 만화였다.

학교에서 특이사항을 적어 내라고 하면, 취미도 만화요, 특기도 당연하게 만화였다.


교내 만화 그리기 대회가 있었다면 따놓은 대상감일 텐데, 그냥 미술경연대회를 하면 간신히 입선을 하는 정도였다.


중1이 되고 드디어 첫 중간고사를 치렀다.

그런데 현세는 수학시험지를 반만 풀고, 빈 공간에 만화를 그렸던 것이다. 그것을 본 선생님이 현세를 시험이 끝나고 교무실로 불렀다.


" 현세야. 시험지에 낙서를 하면 안 되지.

모르는 문제가 있어도 끝까지 풀고, 기다리는 훈련을 해야 하는 거야. 알겠니?"


" 선생님. 있잖아요. 그건 낙서가 아니고 만화 그리기 연습한 거예요."


다음 주, 현세 엄마는 선생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고, 선생님은 학원에서 수학을 보충수업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현세 엄마는 현세와 학원가에서 수학학원을 발품 팔기 시작했다.


A학원에서는 상담실에 가자마자 중간고사성적을 물어봤다.

말할 것도 없이 입학을 거절당했다.


B학원에 갔더니 레벨테스트를 한단다.

겁나서 됐다고 하고 그냥 후다닥 나왔다.


C학원에 들어가 보았더니, 영재반, 과학고반, 외고반, 자사고반 표지가 번쩍번쩍하게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상위권 학생들 학원인가. 잘못 들어왔다 싶어 그대로 유턴해서 나왔다.


현세와 엄마는 저녁시간도 다 되어 가는데, 이대로 집에 그냥 돌아가야 하나 하고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학원가 길모퉁이 주유소옆 건물에 이름도 이상한 교습소간판이 보이는 것이다.


'수재비 수학 교습소'


"수제비를 잘못 오타 친 건가? 수재비는 또 뭐야? 수제비를 주나? ㅋㅋ"


현세는 엄마에게 간판을 웃으면서 가리키며, 수재비 수학 교습소에 한 번 가보자고 하였다.


" 그래. 학원들이 다 그 모양이니, 교습소에 희망을 걸어보자. 밑져야 본전인데 한 번 가보자고!"


이렇게 하여 1호 제자 현세가 수재비 학원에 오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