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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Dec 31. 2022

내 기준 2022 드라마 TOP 4

힘들이지 않고 정주행 완료한 드라마들 모음

영화에 이어 올해를 빛냈던 드라마는 무엇이 있을까? 영화를 드라마보다 더 많이 보는 타입이라서 참 드라마 많이 안 봤다 싶지만 그래도 볼 건 다 본 것 같기도 하다. 드라마는 호흡이 길기 때문에 중간에 캐붕이 있거나 서사가 지루해지면 중간에 이탈하게 되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드라마들은 끝까지 완주한 드라마들을 소개한다.


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올 한 해를 강타한 드라마가 있다면 이 드라마가 아닐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다룬 작품들은 꽤 있었지만 장애를 가진 변호사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은 이 드라마가 처음이 아닐까. 장애로 인해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애로사항을 겪는 우영우의 모습을 보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주어야 하는지 하나의 매뉴얼이 되어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졌으니 무작정 배려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점을 도와주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 같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 장애인이 겪는 애로사항들이 등장하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우영우를 둘러싼 캐릭터들이 판타지를 더한 현실적인 캐릭터들이었기에 매화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현실 40% 그리고 판타지가 60% 정도 뒤섞인 정도였달까.


2.  나의 해방일지

또다른 느낌의 힐링을 선사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있었다. 나의 해방일지는 대중적인 코드가 있었던 우영우와는 달리 모든 사람들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은 장르였다고 본다. 하지만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재시청할 확률이 가장 높은 깊은 마니아층을 생성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장르는 로맨스에 가깝지만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서로의 인생의 구원이 되는 이야기인 만큼 현실 속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구원을 선사한 많은 대사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대사는 이것이었다.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나는 매일 무슨 일이 있었나 회고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습관의 안 좋은 점은 매번 후회한다는 것이다. 후회하는 포인트들이 대체로 인간 관계에 대한 부분들이라 이 대사를 들으면서 작가가 내 마음을 궤뚫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뜨끔했었다. 작가의 전작이었던 '나의 아저씨'가 호불호가 갈리는 것처럼 이런 드라마가 취향이 아닌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오락보다는 하나의 문학 소설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3. 애나 만들기

가짜 재벌 상속녀로 뉴욕 사교계를 뒤흔들었던 애나 델비의 이야기. 그녀의 옷차림, 취향, 거만한 행동 등으로 그녀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간 뉴욕 상류층들을 보며 두 가지 감정이 든다. 왠지 애나가 서민의 입장에서 상류층의 오만에 어퍼컷을 날려준 것만 같은 느낌에서 오는 통쾌함, 어떻게 그리 당당하게 사기를 치고 다닐 수 있었을까에 대한 신기함이 그것이다. 그 당당함이 곧 그녀의 스타성이었고 그 스타성으로 한 번 짧지만 굵게 피어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재벌이 아니라 배우가 되었다면 빛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재벌들에 맞서 정의를 실천한 사람처럼 스타가 되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는 참 웃기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돈이 많아서 싫은' 부자들을 당황시켰다는 사실만으로 애나를 잔다르크나 홍길동 같이 대우하는 점은 그녀의 사기행각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면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기만 한다면 가끔 도덕 윤리는 잊히기도 하는 경우를 통해 대중이란 아이러니한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웬즈데이

팀 버튼의 Geek스러운 설정들이 주는 동화스러움을 아주 사랑한다. 그리고 못된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서사를 특히 사랑하는 나에게 이 드라마는 특히 반가웠다. 그런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못돼 보이는 외관과 소수의 인간에게만 따뜻하다는 점인데 이런 캐릭터가 왜 좋은 것인가 생각해보니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닐까. 내 주변에 많은 인간은 필요없지만 적당히 내 사람 몇 명만 있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다음 시즌이 나오는 것은 확실한 듯 하니 다음 시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도 좋은데 추리물 덕후인 나에게 간만에 볼만한 추리물이 생겨서 더 좋다. '해리포터' 시리즈 이후 맘 붙일 판타지물을 찾아서 해매던 차에 다크하고 고어한 세계관을 앞세운 가볍게 볼 만한 드라마가 생겨서 내년이 기대가 된다. 내년에 나오겠지? 나와주기를 바란다. 제작 확정 소식이라도 들려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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