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nymoushilarious Jan 30. 2024

리얼리티를 이길 서사는 없다

다큐 '비욘드 유토피아'

이 다큐멘터리는 부국제에 갔다가 운좋게 보게 되었다. 뭐든 정보가 없어야 충격이 배가 되는 것일까. 영상물은 한 사람의 삶을 엿보는 것 조차 제작자의 입맛에 의해 편집될 수 있기에 그 입맛이 간파되는 순간 다큐는 매력이 반감될 때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신파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부국제에 갔을 당시 다큐가 시작하자 다소 실망하기도 했었다. 울음바다가 될 극 속에 날 밀어넣었구나 싶어서. 그런데 상황은 반전된다. 찔끔 눈물이 날 뻔했다.


1. 서사의 8할은 기법이 아닌 메시지


이 다큐여러 가족의 탈북기를 그린다. 모든 사람들이 탈북에 성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성공한다고 해도 죽음을 무릅써야함을 굳이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나의 국경을 건너야 하는 일도 아닌데다가 중국의 공안들의 습격, 신분증이라도 검색하려고 하면 바로 걸릴 수 밖에 없으니 브로커를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브로커도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에 이들을 버리고 갈 여지도 있어 마냥 선인으로만 생각해서도 안된다.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세계임을 알 수 있다. 


신파를 싫어하는 나도 탈북의 성공 여부에 따라 울컥하게 되더라. 이런 나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신파는 어쩌면 클래식과도 비슷한 말이지 않을까. 클래식한 소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지만 잘못 건드리면 감정 과잉으로 이어져 진부해지니 신파라는 멸칭으로 한순간에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다큐처럼 소재 자체로 눈물을 유발하는 내용인 경우 카메라는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찍어내야 하는 것 같다. 그저 카메라는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려야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빛나는 것 같다.


2.  모든 기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탈북이라는 단어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이 과정은 익히 알려져 있기에 이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는 걸까 싶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다큐의 진가는 모든 촬영이 날 것 그대로라는 점이다. 탈북 과정에서 위험한 순간들은 밤이든 낮이든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고 장소도 불문이다. 그런 상황을 찍어내야 하기에 한 밤중의 밀림을 조명도 없이 찍고 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것도 눈이 아닌 소리로 캐치할 수 밖에 없다. 이 다큐의 시각적인 효과는  별게 없다.  어둡고 사람의 형체도 안보이는 것도 다반사이고 화질 그런 것은 별 소용이 없다. 하지만 시각적인 완벽함을 제외하니 소리가 들리고 더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한 가족의 탈북기는 카메라로 직접 찍어내지는 않고 그저 북한에 있는 아들을 탈북시키려는 남한의 어머니와 브로커의 대화를 그저 듣는 형식이다. 그 가족의 경우 탈출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이라 상황이 잘못되는 순간 더 철렁하게 된다. 영화처럼 위기가 감지된다거나 하는 징조 전혀 없이 아침에 일어났더니 별안간 연락이 안되고 어디 잡혀간 것은 아닐까 더 노심초사하게 된다.


역시 인간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은 특정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부 주지 않고 일정한 결핍을 제공할 때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총평


세상 모든 장르, 심지어 로맨스조차 현실에서 느낄 법한 사랑이야기여야 공감받는 이 세상에서, 아무리 리얼리즘을 표방하더라도 리얼리티를 이길 내러티브가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영상미만으로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