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영어공부를 슬금슬금 다시 시작했다. 시간이 참 많았는데 이제 시작하는 내 자신에 대해 한심함을 느끼면서도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더 늦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 전문직 직종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따라가기 급급하기에 이지리스닝을 찾다가 이 드라마를 찾아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공부라는 핑계로 계속 보긴했는데 두 번은 보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중간에 하차할 수도 있었는데 약간 막장드라마를 보는 심리로 봤는지도 모르겠다.
로맨스란 모름지기 배우의 얼굴이 곧 서사인 장르이기도 하다. 그러니 배우들의 얼굴에 대한 얘기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얼굴에 대한 취향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내 취향이네 아니네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콜의 역할은 참 2000년대에 많이 등장하는 나쁜 남자 클리셰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겉보기엔 반항적이지만 마음은 참 여린, 그런 캐릭터. 그 옛날 린제이로한과 힐러리 더프 같은 배우들이 활발히 활동할 때의 그 남주 감성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콜과 그의 동생인 알렉스의 여자 취향이 이렇게 똑같을 수 있다는 사실이 뇌절 포인트였다. 점점 보다보면 여기서 제일 문제는 재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솔직하지 못하고 위선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누가봐도 콜에게 더 이끌리면서 알렉스와 사귀는 지점에서부터 불안하다 싶었는데 결국 결말을 보고 캐릭터에 정이 떨어졌다. 학교 날라리에게 관심이 가면서도 '나는 모범생이야'라는 프레임에 갖혀 자신을 옥죄는 모습이 저럴거까지 있나 했다. 뭐 내 말대로 했다면 사실 로맨스의 맛은 없었을 것이다. 이 글을 누가 읽는다면 로맨스를 오래 보지 못한다면서 나름 열심히 봐놓고 이게 무슨 열폭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하
그저 넷플릭스가 잊을만하면 내놓는 그저 그런 스테디 셀러 카테고리의 작품이다. 예를 들면 '키싱부스'라던가 '엑스오키티'같은 장르 말이다. 가끔 넷플릭스를 보면 이런 오글거리는, 설렘이 과한 장르는 꾸준히 수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거 같다. 물론 선택해서 본 내 잘못이 크지만 보급형 넷플릭스 콘텐츠도 좀 신박한 로맨스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장르는 한 번 보고 끝내는 장르라고 보는데 계속 곱씹을수록 좋은 대사가 있는 그런 로맨스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새로운 콘텐츠 소비도 중요하지만 재방문율도 중요한 지표가 아닌 걸까 의문이 드는 작품이었다. 아, 그래도 이런 장르가 신인들의 등용문이라는 점은 동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