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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May 04. 2020

유리같은 우정

오늘 나는 베프를 버렸습니다.

내가 지금 현재 불안정하기 때문인가. 요새 계속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가 느껴진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나를 고깝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나쁜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들이 나를 고깝게 볼만한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 모든 것은 내 뇌피셜이지만.

우선, 이들은 나를 너무 일방적인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까지 미치게 된 데에는 이들이 내가 하는 말에 크게 관심없어하는 반응을 꽤 자주 느끼고 있었던 것이 한 몫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만나고 오던 날, 난 내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오버하고, 실수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주변에 있었던 근황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들에게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을 구구절절 이야기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나와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 내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연락을 하면 받아주기는 하지만 그닥 반응이 활발하지 않으니, 성가시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느낀 건 꽤 오래되었다. 그래도 난 이들과의 관계를 깨고 싶지는 않았기에 꾸준히 연락했고, 그들의 답변은 여전히 내 입장에서는 기계적인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이들의 기계적인 답변의 이유는 내게 중요한 일이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닐만큼 우리의 생활 속 장르가 각각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나에게는 그냥 그런 것처럼. 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예를 들자면, 연인 관계에서 나는 내가 연락을 하면, 기계적인 답변만 하는 남자친구의 반응에 지쳐버려서 질려버렸다고나 할까. 그들이 나에게 무언으로 보낸 시그널은 "너 진짜 귀찮으니까 작작해."였던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가 되었던 것은 친하다고 여겼던 이들의 가장 최근 소식 조차 나만 모르고 있었다는 소외감이 들었던 것이다. 이들의 남자 친구와의 결별 소식을 알지 못하고 딴소리를 했던 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 창피하고, 바보같았다. 이 사건을 통해 깊이 생각했던 부분은 "무슨 너까지 이런 일을 알려고 해. 너랑 관련있는 일도 아닌데,"식의 태도가 나를 그냥 있으나 마나한 친구로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마치 이들이 놀기로 했던 시간대에 내가 사은품으로 딸려서 원플러스 원 상품처럼 참여하게 된 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나도 남에게 관심없는 사람이지만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는 남들과는 다른, 편한 태도가 나오는데, 이들은 날 그냥 있으면 은근 귀찮은 애 정도로 취급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난 최근에 큰 결심을 한다. 이들에게는 어이없을 만한 폭탄을 던졌다. 앞으로의 이들과의 관계를 점쳐보기 위해서, 그리고 한 때 있었던 다툼이 우왕좌왕하며 무마되었을 때부터 시작된 어색함의 근본적인 원인을 들춰내기 위해서. 이들 중 더 서운했던 사람에게 그 사람과 다퉜던 시기, 서운했던 시기 등을 언급해 사실은 난 너의 말투 등에 화가 났었던 것은 사실이고, 너에게 그런 대응을 했으면 안되었으며, 이제와서라도 솔직하게 풀고 가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나름 반성의 편지를 보내며, 혹시 이 편지를 보고 기분이 나쁘다면 나와 연락을 끊어도 좋다는 강수를 두었다.  이 편지를 보고, 나의 어쩌면 찌질하지만 솔직한 마음을 보았을 때, 말로 잘 풀어서 나와의 관계를 지속할 친구라면 이 친구를 내가 오해한 것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나에게 대꾸를 안하거나 화를 낸다면 이 친구는 현재 나를 좋아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다툼이 있었을 떄, 서로 솔직하게, 찌질하더라도 제대로 풀고 갔었어야 했는데,그러지 못했기 문에 지금과 같은 소외감이 느껴지는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런 초강수를 두었던 것이다. 이런 초강수를 두었을 , 나는 이미 서운했던 부분을 이야기했고, 내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에 그 친구가 나에게 서운했던 부분을 이야기하고 서로 응어리진 부분을 풀어낸다면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시작했던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 친구는 내 편지를 읽고 씹었다. 즉, 이 친구는 내가 보낸 편지가 일종의 시비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에게 그 편지는 이 권태기같은 우정에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는 지표였는데 말이다. 수령인 입장에서는 내가 묘사했던 그 날들의 기억들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인데, 내가 끄집어냈기 때문인지. 내 생각에 반박할 생각이 있다면 반박도 해도 된다고 명시한 부분이 도전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나에게 충분한 참고가 되었고, 난 그녀를 내 인생에서 지우기로 결정했다.


내 인생에서 가끔 이렇게 요란한 방법으로 멀어지는 경우가 한 번 더 있었다. 대부분 나의 베프들이라고 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면, 나의 베프라는 사람들에게서 실망하고 내가 돌아서게 되는 데에는 그들이 나에게서 바랐던 모습, 내가 그들에게서 바랐던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어거지로 지속시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쯤, 난 그들에게 내 자신을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겨서라도 그들에서 멀어지는 방법을 택하는 것 같다. 결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어쩌면 내가 버려지기 전에 내가 먼저 버림으로써 자존심이라도 지키려고 하는 심보가 있다. 그래서 그들과 나의 간극이 발생했을 때, 극단적인 방법으로 "쟤, 왜 저래"라는 말을 감수하며 그들과 나 사이에 있었던 정을 일부러 떼어낸다. 이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빨리 떠나주는 게 가장 나를 덜 갉아먹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로부터 내가 떠나갈 때, 나는 계속 생각한다. 나의 결점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재수없음에 대해서. 난 결코 텔레비전에 나오는 착한 사람처럼 살 수 없음을 이런 경우에 뼈저리게 느끼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인간 관계를 끝낸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 또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올 정신무장을 시작한다. 이 허탈함을 감추기 위해서.

오늘이 그렇다. 오늘 하늘 위 달이 왜 이리 밝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더 허탈해지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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