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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Mar 15. 2020

인종차별 어디까지 당해봤니

무지와 척 그 어딘가에서

코로나가 아시아권의 문제를 넘어 전 국민적 문제가 되는 바람에 강제로 칩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뉴스를 틀어봐야 의미없다고 느끼게 된 것은 몇 명의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는지, 어디에서 감염되었는지, 그래서 사망자가 얼마인지 숫자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포맷의 반복이라고 느꼈을 때부터였을까. 뭐, 일주일 중 7일은 집에만 있는 편인데, 뉴스 속 심각한 상황들을 보다 보면 마음만 아플 뿐이라 최근에는 뉴스를 잘 안보기 시작했다.

최근에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간 친구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no asians이라면서 거부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인종차별이냐며 분개했지만 나도 씁쓸하지만 어쩌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이후, 갑자기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인종차별이라는 개념에 꽂혀서 혼자 또 추억에 참겨버렸다.  혼자 큰 가방을 끌고, 프랑스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던 그 때로.


프랑스 여행의 마지막 도시로 마르세유를 갔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남프랑스에 환상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을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프랑스에 갔던 이유는 유명한 화가들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마르세유를 갔던 이유는 그 환상들과는 별개로 단지 큰 도시라서 남프랑스 소도시 여행하는 데에 좋은 거점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르세유를 본격적으로 여행했던 첫 날, 갑자기 이유없이 마르세유 독립문을 봐야겠다는생각이 들어서 찾아갔다가 별로 볼 거 없음에 실망하고 돌아가던 길에 길가에 있는 모든 식당들 안에 모든 사람들이 축구경기들을 보고 난리가 났기에 중요한 경기가 있나보다 하고 신경쓰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왜 그렇게 길가에 경찰이 이리 많을까 생각하면서 마르세유 항구로 걸어나오려는데, 갑자기 초록색 국기, 누가 봐도 프랑스 국기는 아닌 그 것을 휘날리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마치 시위하는 사람들인 마냥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이 5분 상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람들이 거리를 다 뒤덮어서 어떻게 이 거리를 나가야 하나 멍을 때리고 있는데, 어떤 흑인 무리가 벙쪄있는 나를 보더니 나에게 '나마스테'라고 말을 걸고, 합장을 하면서 인사를 했다.

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이 인간들 나를 농락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또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것을. 추측하자면 그 거리를 뒤덮었던 사람들이 불어를 하나도 모르는 내가 봐도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거리 속 대부분이었던 흑인들 사이에서 갑자기 황인이 하나 멍때리고 서있으니 신기해 보여서 장난을 친 거였던 거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내 기분이 더러웠던 이유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듯이 그들의 흥분을 표현하고자 하는 도구로 내 인종이 이용되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추후에 에어비앤비 집주인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그 거리에 서있었던 그 순간에 알제리가 무슨 축구 리그에서 이겨서 마르세유에 살고 있는 알제리 사람들이 기뻐하기 위해서 거리를 뛰쳐나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축구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마르세유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르세유 경찰이 사람들이 대규모로 거리로 나올 것을 예측하고, 내가 독립문을 보러가던 그 시점에 경찰이 거리에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시점에 인종차별에 대해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분류를 해 보자면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내가 겪은 인종차별은 서양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이 동양 문화권에 대해 무지함에서 비롯된 차별이기 때문에 차별을 당하는 인종이 어떤 인종인지에 따라서 내 분류가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


첫 번째 부류는 서양의 문화권에 팽배해 있는 오리엔탈리즘을 바탕으로 동양의 문화권에 대해서 '아는 척'을 하는 것이다.

이런 부류는 대화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이들의 우월감이 느껴지진 않지만 점점 대화가 진행됨에 따라서 '아, 이 사람, 아는 게 아무것도 없고, 단편적인 부분만

짜집기한 정보만 알고 그게 동양 문화의 전부인 양 알고 있네' 싶을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미국에서 교환 학생을 하던 당시에 같은 기숙사를 쓰던 한 친구가 나에게 한국 날씨는 평균적으로 어떻냐고 질문해 오기에

"어, 한국은 대체로 온대 기후인데, 여름에는 여기보다는 습한 느낌이 있긴 해."(내가 있었던 지역은 건조하디 건조한 캔자스였다.)

그 답을 듣던 그 친구가 한 대답이 생각보다 가관이었던 것이

"아, 그래? 한국은 4계절 내내 비가 오지 않아? 난 여태까지 열대 지방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야"라고 답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대놓고 나를 비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고, 단지 동양의 날씨에 대해서 '아시아는 열대지방이다'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친구도 결국 우월감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싶었던 것은 그 때의 교환학생 시절이 동양을 굳이 여행까지 오려고 하지 않는 서양인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시아까지 놀러올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동양 문화에 대해서 알 수 있는 통로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서양인들의 편향된 시각에서 만들어진 재키 챈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 정도일 뿐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아시아에 대해서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 신비롭다는 생각의 전제는 동양 무술, 애니메이션 등의 단편적인 통로를 통해서 배운 것이기 때문에 모든 아시안들을 평가할 만한 요소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처음 보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도 요가 잘해?" 라던지, 동양인들은 키아누 리브스가 하는 무술을 다 잘해? 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자면 악의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내적 한숨을 쉬게 되기는 한다.


두 번째 부류는 아주 극혐하는 부류인데, 이런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냥 그 인간들의 인성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고, 배운 게 없어서 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이 부류를 극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혼자 유럽 여행하는 여자분들은 많이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캣 콜링을 하거나 길가에 가만히 서있는데 자기 맘대로 스킨십을 한다던지, 헤이 베이비 니하오마 같은 소리를 지껄인다던지 앞서 언급한 나마스테 사례도 여기에 해당된다.

한 번은 포르투갈에서 큰 가방을 낑낑대면서 끌고 가고 있는데, 헬로 하면서 길 위에서 어떤 사람이 한 말은 아직도 웃기다.

"헬로, 도대체 왜 동양인 여자들은 그렇게 큰 가방을 끌고 다니는 거야? 그 이유에 대해서 잘 좀 생각해봐" 라며 자기 할 말만 하고 간 한 미친 놈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례로는 옷이 흐트려져서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잠시 확인하고 옷 매무새를 확인했던 그 5초동안 갑자기 광대 분장을 한 어떤 남자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대고 다가오길래 그 상황에 내가 정말 쩌렁쩌렁 한국어로 욕을 했더니 그 사람도 놀랐는지 그냥 갔던 사건도 있었다.

그 사건을 겪을 당시에는 하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어서 욕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굉장히 어이가 없었던 경험이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그냥 동양인들을 같잖게 보는 부류인데, 이런 부류들은 그냥 욕을 하고 지나가시는 방법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분들이 너무 격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욕하는 방법이 고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냥 '세상에는 나를 도와주는 착한 사람도 많지만 미친 놈도 착한 사람과 비례하게 많은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리시기를 바란다. 이런 경험만 나열하다보면 여행하다 보면 나쁜 일만 겪는 것 같겠지만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매너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 반대에 경우도 대비하려면 내가 강해지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내가 세지니까 아무도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 내가 세져야 한다는 말은 욕만 세게 하라는 뜻이 아니고, 내가 똑똑하고, 내가 강단이 있으면 어떤 미친 놈도 깨갱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여행하면서 호구 같았던 나도 여행하면서 미친 놈과 착한 사람을 걸러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코로나 사태를 견뎌내시는 와중에 해외에서 인종 차별을 당하시는 분들께 '인종차별 다 덤벼'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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