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에는 고통과 기쁨을 동반한 관계의 소용돌이에 허덕이는 네 자매의 인생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는 현대 여성들이 고민할 만한 주제들이 과거의 지금보다도 덜 자유로웠던 여성들에게도 고민거리였음을 보여주는 시사점들이 많다. 네 자매 중 가장 아름다운 멕, 가장 남자같은 조, 가장 야망있는 에이미, 가장 착하고 무던한 베스, 이 개성이 넘치는 네 여자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버거워지는 인생을 버텼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보던 내내 궁금했다. 이 글은 오지랖 넓은 한 여자가 오래 전에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던 우리 엄마, 할머니들이 젊었을 때에 느꼈을 고민을 공감해보고자 써보려고 한다. 그 시절에 여자들이 하던 고민들이 지금 내가 지금 하는 고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므로.
이 영화에는 네 자매와 네 자매의 친구 로리 그리고 네 자매의 남자들 간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성격과 신념이 불러온 묘한 대립각이 존재한다.
여자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어요. 여자에겐 사랑이 전부라는 말 지긋지긋해요
1. 독립적인 여자 조 vs 사랑이 필요한 남자 로리
조와 로리가 최종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데, 이 결말에 아쉬워하는 관객들이 꽤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을 보면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사랑은 타이밍' 그리고 '결혼은 미친 짓이다."
영화 속에서는 조는 어린 시절을 글을 쓰고, 연극을 꾸미는 것에 열을 쏟았던 문학 소녀였다. 그 시절에는 잘 수용되지 않았던 극강의 솔직함으로 무장된 털털한 사람이 바로 조였다. 그런 자유로운 조에게 처음부터 반한 로리는 그 뒤로 조의 자매들과도 친구가 되면서 네 자매의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그리고 조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로리의 모습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로리가 정말 조와 결혼했다면 둘은 정말 행복한 결말이었을지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여자를 사랑해주는 남자의 캐릭터는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하지만 영화를 떠나서 현실에서 두 사람이 결혼 생활을 했다면 둘은 정말 친구로 지냈을 때처럼 잘 맞는 한 쌍이었을까.
로리의 청혼을 거절한 조는 훗날 그 청혼을 받아들였어야 했나 고민하기도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로리가 에이미에게 청혼을 한 이후였기에 결국 인간 세상의 진리, 사랑은 타이밍인가 보다 했다.
그리고 때가 되어서 좋은 남자를 만나 사랑받는 여자로 사는 것이 여자로서 성공한 삶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영화의 배경은 조에겐 자신을 옥죄는 방해물이었을 것이다. 조는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는 신여성과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삶, 그 당시 여자에게는 쉽사리 허락되지 않는 삶이었을 것이다. 그런 조에게 사랑받는 여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로리의 선언은 로맨틱한 말이 아니라 자신을 옥죄겠다는 말로 들렸을 것이다. 즉, 조와 로리는 연인으로서 잘 맞는 한 쌍은 아니었던 것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외쳤을 법한 조에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라고 외친 로리가 결혼했다면 같은 곳에서 서로의 말만 해대는 세상의 수많은 부부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2. 사랑을 믿는 여자 vs 사랑보단 안락함을 추구하는 여자
네 자매 중 첫 째, 멕과 넷 째 에이미는 사랑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르다. 멕은 사랑이 주는 이상을 쫓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리고 반대로 에이미는 반대의 결정을 한다. 한 때는 파리에 가서 알아주는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여자로서 성공한 화가가 되는 것이 어렵고, 자신의 재능이 어정쩡하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부터 결혼을 인생의 도피처로 삼고자 했다. 그래서 부자인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도 했지만 자신의 계산적인 모습을 꼬집는 로리의 말에 상처입기도 한다. 그녀도 멕처럼 오직 사랑만을 보고 결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에 결혼을 거래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밀고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실망한 듯한 로리의 반응은 충분히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한 방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에이미도 평생을 사랑한 한 남자와 결혼하지만 말이다.
3. 시사점
영화를 보면서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뭐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조는 이모할머니에게 유난스러운 아이로 낙인 찍힌 듯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이처럼 조와 같이 꿈을 쫓기 위해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결혼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유난스러운 사람들이라고 지정해 버리는 경우는 현대에도 종종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람들이 하는 고민은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감상하면서 슬픈 포인트였다. 좋은 조건의 결혼이라는 것이 완벽한 인생으로 가는 지름길인 마냥치부해 버리는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꿈을 쫒는 수많은 사람들이 별난 사람들로 몰리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 영화에서 여성에게 바라는 다양한 구속들이 있는데,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은 결말이 결혼이어야 한다던가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받으며 살면 된 거라던가 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보이는 편견은 여성을 독립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속해야만 안정감을 찾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어서 씁쓸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때는 옛날이니까 여자들은 그렇게 살아야 했다는 말은 변명 거리가 되지 않는다. 지금도 그런 생각들에서 비롯된 일부 사람들의 무지한 언사들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성별이 구별된 이상 어쩔 수 없이 계속 들야 하는 말인 걸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캐릭터의 인생들이 모두 정감가도록 소중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이해가 갔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모든 결정이 존중받아 마땅했다. 그들의 인생은 조의 말처럼 한 편의 소설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