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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Jul 25. 2020

브런치는 왜 날 선택했는가

유튜브 알고리즘만큼이나 속을 알 수 없는 브런치 알고리즘

불과 18시간 전 쯤에 나는 말도 안되는 일을 경험했다. 말로만 듣던 브런치 조회수 폭발을 경험했다. 이전에 캡틴 마블 영화 리뷰 썼을 때, 천 단위로 조회수 폭발을 경험한 적은 있었는데, 굉장히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글을 지금보다도 더 두서없이 쓰던 때의 일이라서 지금 와서 되돌아 보면 그 글을 남이 읽었다는 것은 어마무시한 흑역사인가 싶기도 하지만 신기했던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더 기묘한 일이 벌어졌고, 그 일에 대해 널리널리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 또 이렇게 컴퓨터 앞에서 또다른 흑역사가 될지 모르는 글을 남기고 있다.

조회수 폭발 사건의 시작은 그저께의 상황 묘사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저께 내 절친들과 글램핑을 갔었다. 그 날은 부산역이 침수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던 날로 내가 캠핑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비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우린 실없는 소리들을 하면서 빗 속에서 텐트에 의지해 고기도 구워먹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그 맛있는 음식에 술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부정하진 않겠다. 쿨럭). 조회수 폭발이 있었던 밤쉘 영화 리뷰는 글램핑을 하기 이틀 전에 올렸던 글로, 보통 조회수가 올린 당일 그리고 그 다음 날까지 읽히는 경우가 많았어서 이틀이 지난 글램핑을 하던 당일에는 조회수를 확인할 생각이 없었고, 물리적으로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참고로 나는 브런치 알람 설정이 안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한창 쓸모없어 보여도 우리끼리만 재밌는 시간을 보내다가 잠시 소강 상태가 되어 심심해서 무슨 글을 읽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들어갔다가 습관적으로 통계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조회수가 무슨 5000을 찍고 있는 아닌가. 순간 이거 뭔가 하고 유입경로를 확인해 봤다. 그런데 점점 엥?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유입 경로가 왜 거의 기타에 몰려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 경우와 비교했을 때, 조금 소소했지만 천 단위의 폭발을 경험했을 때에 내 기억으로는 유입 경로가 sns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고, 그 이유는 아마도 카카오톡 탭에서 유입된 경우가 아니었을까 하면서 브런치의 홍보 효과에 대해서 감탄을 했던 적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타에 많은 유입인구가 생겼고, 기타는 도대체 왜 만들어 놓은 것인가 진짜 궁금했지만 상황이 핸드폰을 오래 붙들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 그냥 신기해하며 다음 날을 맞았다.

그런데 그러고 끝날 줄 알았던 조회수 폭발은 그 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아침에 조회수가 만이 넘어가면서 속으로 '아니 이게 웬일이야' 싶었고, 점점 올라갈수록 이젠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번 조회수 폭발의 최종 조회수는 18646을 찍었다. 도대체 어디에 내 글이 올라가있길래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내 글을 읽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기엔 내 글은 아주 허접한데, 남이 읽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라고 댓글 남기시면 어떡하지 싶었지만 그렇게 험한 말을 하시는 분은 안 계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번 조회수 폭발에 대한 정말 개인적인 소감이다.

이번 조회수 폭발을 경험함으로써 내 글들이 처한 현위치에 대해 나름 객관적인 시각이라고 착각하면서 내가 느낀 점에 대해 기술해 보자면, 내 글이 아마도 어딘가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것 같긴 한데(다음인 걸로 추정되지만 나는 다음 메인이나 다른 곳에서 굳이 검색하지 않는 한 내 글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접근했지만 뭔가 좋아요 수가 그 조회수 폭발에 비례하게 어마무시하게 늘었던 것도 아니고, 뭐, 댓글도 많이 없었던 것으로 봐서 내 글은 아마도 그렇게 가독성이 좋은 글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뭐,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주절주절 적어내려간 것이기 때문에 좋은 구성을 가지고 글을 썼다라고 자부할 수는 없었고, 워낙 말할 때도 만연체로 많이 말을 해서 답답하는 말을 듣는데, 그 성향이 글에도 드러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래서 글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할 만큼 독자를 배려한 글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누가 읽겠나 하면서 그냥 써내려가는 글들이기 때문에 독자가 어떻게 읽을지에 대해서는 사실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할 말을 빠짐없이 적어냈으면 그걸로 발행하면 되지' 마인드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내 글들도 성격이 나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이번 조회수 폭발 사건이 글을 쓸 때에 초점을 맞출 대상을 나 자신에서 내 글을 읽는 다른 사람으로 바꾸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데, 혹시 조회수 폭발했던 그 리뷰 말고도 다른 내 글을 읽은 분이 계시다면 내 재미없고, 어찌 보면 배려없는 글들을 읽으시느라 너무 고생하셨다고 전하고 싶고, 언제 어떻게 더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속되게 말하면 내 쪼대로 글을 써 갈 것임을 다짐해본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남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 같다. 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감 포인트와 다르다면, 내 브런치 댓글 공간을 건전한 토론 공간으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다. 아직 실현은 힘들 것 같고, 내가 좀 더 브런치로 존버해 보고 나서 실행해 보겠다.


또, 구구절절이었는데, 허접한 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한 것이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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