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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Mar 23. 2021

여행가방  표류기

인생 대충 사는 인간의 여행기 1

2019년 봄 나는 선언한다. 유럽 여행을 갔다 와보겠다고.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었고, 그 언젠가가 학생일 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마침 돈도 적절히 모인 것 같은 그 2019년에 나는 가족들에게 유럽 여행을 갈 것이라고 선언을 하고야 만다. 우리 가족의 분위기답게, 그런 선언에도 밥먹기에 집중하면서, 그래, 네 하고 싶은대로, 알아서 해라 의 답만 되돌아왔을 뿐이기에 나는 내가 한 말을 지키지 않아 무안해지지 않기 위해, 혼자 여행을 가는 용기, 아니 객기를 부리고야 만다.


선언을 한지, 한 달도 안되어서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미국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비행기 티켓은 정말 신물나게 끊어봤었던 경험이 주는 자신감으로 가성비가 좋아 보이는 러시아 항공의 티켓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끊게 된다. 하지만 이 자신감이 추후에 내 여행의 첫 단추를 꿰매는 데에 있어서 큰 폭탄을 던지는 결과를 낳게 할 줄은 당연히 몰랐고, 이 때까지만 해도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영화에서처럼 미래의 내가 등장해서


"정신차려, 닝겐, 네 앞길에 그렇게 꽃길만 있는 건 아니라고"라고 외쳤어야만 했던 건가.


여행 당일, 무거운 짐을 이끌고, 공항으로 향하다가 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크게 넘어졌었다. 그 때, 나는 직감했었어야 했다. 사람이 너무 기대감에 부풀어 있으면, 이런 소소한 복선들에 의미부여를 하게 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이후, 아주 해맑게 러시아 항공을 이용해 출국했다. 러시아 항공을 이용해 유럽을 가게 되면, 모스크바 공항을 경유하게 되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외국 공항에서 기다리기만 해도 공항 안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느낌에 사로잡혀서 경유지에서 게이트가 2번인가 바뀌어도'그럴 수도 있지'하면서 그저 해맑을 뿐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다 끝나고, 회상해보니, 나는 그 때, 해맑았으면 안되었다. 아닌가, 뭐, 그 때, 내가 미래에 겪을 일을 예상했다고 해도 그 일을 막을 수 없었을 테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니, 해맑았어도 상관없나?


흠, 뭘 말하려고 이렇게 겁을 주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본론만 명확히 하겠다. 그렇다, 여행의 첫 시작점이었던 도시에서 나는, 아니, 내가 이용한 항공사는 모스크바 공항에서 내 짐을 떨구고 나만 운반해 주었다. 하하하하하핳하하핳하핫,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군. 망할 인간들. 근데, 러시아 항공 사람들을 전부 다 싸잡아서 욕할 수는 없고, 누굴 콕집어서 욕해줘야 하지? 이와중에 또 정확해야 하는 병 도지고 있네.


하여간, 파리에서 짐을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짐이 안나와서 뭐야, 다음에 나오겠지 하면서 내 자신을 위안주고 있었지만 위안 주는 그 순간에도 불길한 느낌은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아, 이거 없어진 거 같은데, 아닐거야. 그런 일이 뭐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줄 알아? 여기 가방 못 가져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건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가방 못 찾고, 해매고 있는 거라고?


그렇다. 파리 드골 공항 baggage claim 5번 구역에서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움직이지도 않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해매고 있는 사람들이 족히 10명은 되었으니까, 그 10명은 항공사를 믿고 맡긴 가방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온순했었다.


하지만 거기서 직원의 태도가 정말 가관이었다. 아, 이번에 걸린 폭탄들은 너희냐는 표정으로 정말 여유롭게 생활 필수품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이끌고 서류를 나눠주며 묵을 곳과 인적 사항을 적으라고 하더이다.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니었는데, 직원 댁께서 너무 여유롭게 할 일 하시는 일을 보니, 기가 찬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 내가 너무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는 걸 그 때,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그래요, 당신들도 당신 탓이 아니고, 러시아에 있는 누군가가 한 실수 때문에 일만 더 늘어나신 거니까요, 서로서로 싸바싸바 해서 어이없지만 서류 잘 적겠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정말로 기분은 안 나빴다. 최대한 빨리 주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제기랄, 이걸 기다리려면 내가 여행을 못 한다는 생각까지는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관대함도 가능한 일이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가방을 받기 전까지 3일 동안, 도대체 가방을 잃어버리고도 이렇게 사무적인 이 인간들을 어떻게 하면 엿먹일 수 있을까 그 고민만 하게 되었다.

가방 받을 때까지 이를 갈며 이것만 붙잡고 있었다


 내가 하필 데이터만 되는 줄 알고 산 유심칩(사실은 전화가 된다는 걸 늦게 깨달음)은 전화번호가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던 한 기계치는 급박한 상황에 생각난 사람이 에어비앤비 주인분밖에 없어서 그 분 전화번호를 적는 바람에 그 분께 정말 민폐를 끼치는 것도 정말 죄송한데, 내 여행 일정 중 파리 근교 투어 날에 하필 그 날에 온다고 하고, 내 몸은 언제 파리로 돌아올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고, 파리로 온다고 해도 배달 시간이 정말 애매모호했기 때문에 애가 타서 정말 미치고 팔짝 뛰는 줄 알았다. 이미 정해진 여행 일정에 가방 잃어버린 사건 때문에 여행을 제대로 못 즐기다니, 돌아버릴 노릇이었다. 결국 난 가방을 잃어버린지 3일 만에 가방도 찾고, 핸드폰 배터리도 찾을 수 있었지만 그  때의 조급한 마음은 잊지 않고 있다, 이 글을 읽진 않으시겠지만 저를 도와주신 에어비앤비 주인 분, 그리고 파리 근교 여행 시에 보조배터리 빌려주실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흔쾌히 빌려주신 여행객 분께 정말 정말 길에서 뵈면 절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하고 싶다.

여행 초기 내 마음을 대변하듯 찍힌 사진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극히 1차원적이다. 뭐, 꿀팁 이런 거 알려주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싸다 싶은 항공사는 웬만하면 이용하지 마시라고 사자후 외치고 싶었던 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가격이 싸다 싶은 항공은 웬만하면 이용하지 말라고 사자후 외치는


여러분!!!!!!저가 항공이나 저가항공은 아니더라도 가격이 싸다싶은 항공사들ㄱ을 이용하시려면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가격이 싸다고 혹하시면 안됩니다. 모두의 가방을 잃어버리진 않았겠지만 평이 안좋은 항공사는 이유가 있어요. 특히 여행객 분들에게 저가 항공 이용하는 것을 말리고 싶어요. 여행하시는 분들의 경우는 가방이 없어져 버리면 정말 여행 일정이 망가지기도 하고, 여행을 온전히 즐기실 수 없으니, 한 번 갔다오는 거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항공사 이용하세요!!!!!!!! 이 한 몸 바쳐, 간절히 외칩니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으니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죠... 제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어요. 유럽 여행 중에서 파리 여행이 제일 망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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