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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다.

영화 "어느 가족" 리뷰

by Anonymoushilarious

낳았다고 다 엄마입니까?

어느 가족 중에서


드라마 "여자친구"를 보면, 송혜교가 정치인 아버지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대기업에 팔려가는 인물로 나오는데, 그녀의 결혼 계획은 그녀의 엄마의 야망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녀의 엄마는 딸의 행복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본인의 야망을 채워넣고 난 뒤에 오는 혜택으로 딸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분명히 딸도 자신에게 고마워하게 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가족 모두를 희생시키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피를 나눈 혈연의 관계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인연이라고들 하지만 사람 사이의 정이라는 것은 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과 감정이 얼마나 공유되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혈연으로 엮이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함께한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특이한 가족이 있다. 만비키 가족, 좀도둑 가족이라고. 서로를 등쳐먹고 살고 있고, 할머니는 손녀의 진짜 부모에게 돈을 뜯어내며 비자금을 모으고 있으며, 아버지는 아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치면서 누가 봐도 표면적으로 보면 가족이라고는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다. 하지만 그들은 없는 살림에도 서로를 챙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사이였다. 아마도 그들이 언제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남남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진짜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서로를 너무 신뢰하고 의지한 나머지 할 말 못할 말 구분짓지 못하고, 서로에게 폭언을 날리는 경우가 드라마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 빈말일지 언정 서로의 하루를 묻고, 실없는 장난을 치면서 동거하는 남남이 더 화목한 가정 같아 보이는 것은 씁쓸하게도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 속 이 가족은 각자 개인만의 선을 존중하면서 배려하고, 끼니를 챙기고, 목욕도 함께 하면서 남남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서로 가족이 되기로 선택한 "자발적 가족"인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인 가난과 가난이 주는 답답한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이 가족 구성원들은 가난이 주는 사회적 고립감에서 비롯된 쓸쓸함에서 벗어날 안식처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가난했기 때문에 도둑질을 했어야 했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떳떳하지 못한 가족이었기에 언제 가족 구성원들 중 하나를 버려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필요성을 더 깊이 통감하게 된다.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지만 사회 속에서는 그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은 사회는 거지 집단이라고 비난할 지도 모르지만 말로, 몸으로 가족들에게 상처나 주는 사람들이 속한 가정보다는 훨씬 희망찬 가족의 모습으로 보인다.


한 아이가 엄마라는 사람에게 애착을 갖게 되는 과정은 엄마가 아이를 비단 낳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희생하고, 아이가 자라나는 시간을 공유하며,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생일이 다가오면,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할 것이 아니라 '저를 거두어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을 하는 것이지 않을까. 이 영화는 전국의 많은 부모님들이 보시면 좋은 영화다. 영화를 통해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심도있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감독이 영화 속 인물들을 가난하고, 전과도 있고, 남편에게 버림받은 인물들로 설정한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 설정으로 이들이 쥐고 있는 있는 실낱같은 희망과 그들 간에 축적된 정이 더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 동안 러닝 타임이 지루한 듯했는데,다보고 나니 훌쩍 지나가 있었다. 큰 감정 포현 없이도 결말까지 다 보고 나면 먹먹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아빠......, 지금까지 고마웠어

어느 가족 중에서


진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표현할 수 없었던 진짜 감정들. 도둑질하는 아빠여도, 감옥에 가있는 엄마여도, 내 돈으로 등쳐먹고 살고 있는 자식 놈들이라도 의지할 진짜 가족이 없기에 부족한 가짜 가족이라도 더 그리웠을 것이다. 이들의 인연의 끈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다시 엮이지 않을까 하며 조심스럽게 완벽히 마무리지어지지 않은 결말에 대해 상상해본다.


가족이라는 개념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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