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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Mar 22. 2019

아직 마블 영화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캡틴 마블 감상 후기

캡틴 마블, 이 영화를 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서사는 헐리웃에도 흔치 않은 경우이기에 여성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같은 여성으로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이 첫 번째이고, 이 영화를 봐야만 그 다음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보는 데에 이해가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두 번째 이유였다. 전작 '어벤저스 인피니티워'를 관람했을 당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지 않아 영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다시는 그런 전철은 밟지 않으리라 다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당시, 모두가 그루트를 귀여워할 때, 그루트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해 친구들 앞에서 억지웃음을 지어야 했던 뻘쭘한 순간들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모름지기 마케팅은 이렇게 해야 하는 거지, 돈을 안 쓸 수 없게 되었잖아"라면서 마케팅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한 인문학 전공자는 망언을 쏟아내면서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 들어섰다.


영화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달지 않은 찐빵 같았다. 사람들의 기대로 가득 부풀은 찐빵이 사실은 달지 않은 앙꼬를 만나서 애매한 간식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좋게 말하면 마블 영화다운 스토리였다고도 할 수 있고, 달리 보면, 마블 영화도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서사는 못 만들어 내는 것인가 싶었다. 물론, 마블 코믹스의 만화에서 비롯된 캐릭터와 스토리라서 기본 스토리를 바꿀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만,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단지 영화로만 마블을 접해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믿어보며)은 악당이 계속 등장하고, 그 악당을 해치우는 마블 영화의 기본적인 포맷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정도가 더 이상 강하게 다가오지 않고, 악당을 해치우고 난 뒤의 통쾌함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단계에 도달해 있는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영화는 마블 영화의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영화였기 때문에 아주 신선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던 것이 아닐까. 더이상 사람들이 신박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마블 영화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마블 영화 같은 단순한 포맷에 익숙해져 갈수록 영화의 작품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는 영화의 서사에 어떤 특이한 설정이 있는지, 영화 후반부에 어떤 반전이 자리하고 있을지 정도일  텐데, 이번 영화는 그런 요소들을 곳곳에 잘 배치해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지루한 면들을 어느 정도는 타파한 것 같다. 영화 속 악당으로 등장하는 스크럴들은 눈으로 한 번 본 것들을 복사해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캡틴 마블이 이들과 싸우기 전에 이들을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관객도 함께 과연 누가 스크럴이고, 누가 진짜인지 추리하게 하면서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스크럴의 변장 능력은 관객들이 영화에 참여하는 매개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 테니 밝히진 않겠지만 소소한 반전도 있다.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완전히 망작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퓨리 국장의 젊은 시절, 퓨리 국장이 대머리가 아니었을 시절에 만났던 캡틴 마블은 그가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해준 첫 시작점이었고, 그 프로젝트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많은 사람들을 구했지만, 세상이 반토막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등장이 어벤져스 프로젝트의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로써 어벤져스 시리즈의 메시지는 그들의 시작은 캡틴 마블이었고, 끝도 그녀, 캡틴 마블이 있는 어벤져스가 낼 것이라는 암시 정도가 될 것이다. 그녀는 어벤져스의 과거였고, 현재의 참담함을 뒤바꿀 새로운 미래의 치트키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 메시지 만으로도 마블 영화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들에게 그녀의 등장은 아직 마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식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게 마블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아니,그렇게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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