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ie #3

#식도락가 세 번째 이야기

by 푸디

맛있는 식재료를 공부하는 식도락가


12가지 식재료 중 세 번째 "홍어"


홍어는 왜 톡 쏘는 맛이 날까요?

삼투압 때문입니다. 홍어 맛 얘기하는데 난데없이 무슨 삼투압이냐고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은 삼투압을 견디기 위해 나름의 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단한 비늘이 대표적이죠. 삼투압을 견디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민물고기는 몸 안으로 물이 들어올 수 있고, 바닷물고기는 몸 밖으로 물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염분의 농도가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한다 보시면 됩니다. 비늘 말고도 몸 밖의 물과 농도를 맞춰 삼투압을 조절하는 물질을 가지고 있는데, 홍어를 포함한 가오리와 상어 같은 연골어류에는 이런 역할을 하는 것 중 요소와 TMAO(트리메틸아민 엔 옥사이드)가 많습니다. 홍어가 죽고 나면 요소는 암모니아로, TMAO는 TMA(트리메틸아민, 어류의 비린내, 상한 냄새 성분)로 변하는데 이로 인해 홍어 특유의 톡 쏘는 맛과 강한 냄새가 나고 상온에서도 쉽게 상하지 않습니다. 다른 가오리들보다 홍어에 이 물질들이 더 많아서 톡 쏘는 맛이 세다 보시면 됩니다. 경상도 영천의 돔베기(상어 고기)의 톡 쏘는 맛도 홍어만큼 강하진 않지만 같은 이치입니다. 어류들 몸속에서 이런 과학적인 전개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참고로 삭힌 홍어는 악취가 강한 음식 세계 랭킹 2위입니다. 1위는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으로 청어를 발효시킨 것이라 합니다.


왜 흑산도 홍어를 최고라 할까요?

발광 박테리아 때문입니다. 홍어 피부에 있는 발광 박테리아가 홍어의 발효를 도와 알싸하고 청량감 있는 발효 상태를 만들어 준다고 하는데요, 흑산도 홍어에 이 발광 박테리아가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흑산도 근처는 수심 80미터 이상의 다소 깊은 바다이며 뻘이 많아 홍어 서식과 산란에 최적지인 것도 원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흑산도 홍어의 발광 박테리아의 효과는 "흑산도 홍어의 화학적 특성과 전통 발효에 따른 발광 반응에 관한 연구"에서 2001년 당시 초등학생이 밝혀낸 사실이며 이 연구로 제47회 전남도 과학전람회에서 학생부문 화학분야 교육감상(특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여담으로 연구를 위해 흑산도 홍어 4마리 포함 총 7마리를 먹었다고도 합니다.

흑산도 홍어의 화학적 특성과 전통 발효에 따른 발광 반응에 관한 연구 관련 기사 링크


삭힌 홍어의 집산지는 왜 나주 영산포인가요?

나주는 전라남도에서 가장 큰 도시였고, 북도의 전주 다음으로 큰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전주의 "전", 나주의 "나"를 뽑아 전라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 나주는 내륙에 있습니다. 해안가가 아닌 나주가 왜 삭힌 홍어의 최대 집산지가 되었을까요? 나주 영산포가 호남 최대의 포구인 것도 원인이긴 합니다만, 고려말 공도정책(空島政策)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려말 왜구를 피하기 위해 섬을 비우는 과정에서 섬사람들과 함께 홍어도 내륙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뱃길 따라 이동하며 호남 최대 포구인 영산포까지 왔을 텐데요, 지도를 보시면 흑산도와 영산포는 꽤 먼 거리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냉장 기술이 없었기에 홍어는 이동하며 자연스레 발효되었을 테고 이것이 삭힌 홍어의 탄생 배경이라 합니다. 두 번째 과메기 편에서 같은 맥락이라 말씀드린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삭힌 홍어는 이런 시대적, 지리적 배경과 삼투압이라는 과학적 배경까지 담고 있어 이야깃거리로 아주 좋은 소재입니다.

요즘은 수입산 홍어도 모두 영산포에 모여서 발효되어 전국으로 유통된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나주의 영산강, 영산포 명칭이 공도정책으로 이주한 섬사람들에 의해 지어졌다는 것입니다. 흑산도 지도를 보면 동쪽에 작은 섬이 있는데, 이 섬 이름이 영산도입니다. 옛날에는 이 지역을 영산현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내륙에 정착한 곳의 지명을 전에 살던 곳에서 따와서 지은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만만한 게 홍어 뭐?

이 말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우선 홍어 수컷의 생식기는 2개입니다. 꼬리 양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끝부분에는 가시가 돋쳐 있어 교미를 할 때 암컷의 생식기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2개이고 가시가 있어 손질해야 하고 게다가 암컷보다 가격이 떨어져 종종 잘라 버려지기도 해서 이런 말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홍어는 산란 후 알 위에 사정하여 교미를 하는 다른 어류들과는 달리 육상 동물처럼 교미를 합니다.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 귀양 시절에 쓴 자산어보에는 홍어의 효능에 대한 내용도 많지만 이런 글도 있습니다. "수컷에는 흰 칼 모양의 음경(陰莖·성기)이 있고 그 밑으로 알주머니가 있다. 두 개의 날개에는 가느다란 가시가 있는데 암컷과 교미할 때는 그 가시로 교미한다. 암컷이 낚싯바늘을 물고 발버둥 칠 때 수컷이 교미를 하게 되면 암수가 다 같이 낚싯줄에 끌려오는 예가 있다. 암컷은 낚시에 걸려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고 흔히 말하는데 이는 음(淫)을 탐내는 자의 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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