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식재료를 공부하는 식도락가
12가지 식재료 중 두 번째 "과메기"
관목어? 청어? 꽁치? 통마리? 배지기?
위 단어들은 모두 과메기와 관련된 단어들입니다. 들어본 것도 있고 생소한 것도 있을 텐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관목(貫目)은 한자 그대로 눈을 뚫었다는 뜻입니다. 그럼 관목어는 눈을 뚫린 물고기가 될 텐데요, 대체 물고기 눈을 왜 뚫었을까요? 눈을 나뭇가지 같은 것으로 뚫고 어딘가에 걸어서 말리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청어나 꽁치 같이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물고기라는 점도 이렇게 말린 또 다른 이유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살보다 뚫기 쉬운 눈, 무겁지 않아 눈부터 매달아도 잘 떨어지지 않는 크기 정도가 관목의 이유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관목어가 과메기의 어원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다수설이라 합니다. 사실이라 보기에는 정확한 기록이 없고 관목을 다른 의미로 해석한 학자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다른 의미의 관목이란 너무 신선해 양쪽 눈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고 맑다는 뜻이라 합니다. 원조가 청어냐 꽁치냐 의견이 분분하기도 한데, 사실 원조가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생각됩니다. 당시 많이 잡히던 녀석이 과메기가 되었다 보시면 되는데, 옛날에는 청어가 요즘엔 꽁치가 많이 잡히고 앞으로 또 바뀔 수 있으니까요.
통마리, 배지기?
좀 생소한 표현일 텐데요, 말리는 방법에 따라 붙여진 이름입니다. 꽁치를 통째로 짚에 엮어 말리면 통마리, 반을 갈라 내장을 빼고 꼬리 부분만 붙인 채로 덕에 걸어 말리면 배지기, 배지기 인데 발에 널어 말리면 발과메기라고 합니다.
예전엔 모든 과메기가 다 통마리였답니다. 배지기는 과메기가 전국에서 인기를 끌며 타지 입맛에도 맞추고 빠르게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나오게 되었고, 발과메기는 배지기이지만 발에 널어 말려 기름이 더 많이 남아있게 하려고 나온 것이라 합니다. 말리는 시간도 통마리는 보름 정도, 배지기와 발과메기는 3~5일 정도 걸린다 하네요.
어떤 것이 제일 맛있을까요? 개개인의 선호에 따라 다를 테지만 논리적으로는 당연히 통마리겠죠? 내장과 기름을 그대로 몸에 지닌 채 오랜 기간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말리니 단기간에 말린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배지기와 발과메기의 맛을 비교하자면 역시 논리적으로는 발과메기가 더 맛있어야 합니다. 과메기 살이 더 많은 기름을 담고 있어 더 부드럽고 고소할 테니까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답니다. 배지기 중엔 통마리에 버금가는 맛과 색을 지닌 것도 있고 발과메기 중엔 풍미를 더하기 위해 첨가물을 바르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구룡포에서 먼 곳일 수록 배지기나 발과메기를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이것들은 통마리에 비해 별다른 손질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통마리는 더 부드럽고 풍미가 좋지만 일일이 손질을 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통마리든 배지기든 맛있는 과메기를 맛보려면 역시 구룡포에 가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왜 구룡포인가?
그런데 동해 어디서나 두루 잡히는 꽁치인데 유독 과메기 하면 상표처럼 구룡포가 따라다닐까요? 지도를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아래 지도를 축소해서 보시면 구룡포 북서쪽에 영일만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과메기를 말리는 겨울철에는 북서풍이 부는데, 백두대간을 넘어 온 건조하고 찬 북서풍이 영일만에서 바다를 만나 수분을 머금고 구룡포 바로 위쪽의 낮은 산세를 만나 습도와 세기가 다소 떨어져 구룡포에 다다릅니다. 구룡포는 낮에는 육풍으로 이 북서풍을 만나고 밤에는 해풍이 불어 여러 방향에서 바람을 맞게 됩니다.
바람이 너무 세면 겉만 말라 비린 맛이 나고, 바람이 한쪽에서만 불면 골고루 마르지 못해 쫀득함이 덜한데 구룡포는 바람의 세기, 습도, 온도, 방향 모든 것이 과메기 건조에 최적의 입지라 보면 됩니다.
과메기나 황태를 보면서 예전에 냉장 기술이 없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해보았습니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고등어, 홍어도 비슷한 맥락이 있습니다. 당시 냉장고가 있었다면 이렇게 맛있는 식재료를 절대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식재료 공부를 하다 보면 오랜 세월 축적된 선조들의 지혜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