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식재료를 공부하는 식도락가
12가지 식재료 중 첫 번째 "흑돼지"
흑돼지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특정 지역에서 나는 좀 더 맛있는 돼지, 보통 이렇게 생각하시죠?
실은 그냥 예부터 한반도에 살던 돼지랍니다. 다른 종에 비해 체구가 작고 늦게 자라서 대륙을 피해 반도에 정착한 토종 돼지라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재래종 흑돼지가 멸종됐답니다. 공룡도 아니고 돼지가 멸종이라니 좀 의아한데요, 왜 그랬을까요? 시대적 배경에 원인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한반도는 식민지였습니다. 식민지는 원료 공급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는 돼지가 작고 늦게 자라니 군수품으로 가치가 떨어졌을 것입니다. 일제는 우리 토종 돼지를 개량해야 할 종으로 분류하고 외래종과 교배시켜 더 크고 빨리 자라는 군수품으로 변질시켜 버렸고 그 결과 우리 토종 흑돼지가 멸종되고 말았답니다.
쌀 수탈이 심해 먹을 쌀조차 없어 우리 청주의 맥이 끊긴 것과 비숫한 이유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라 잃은 슬픔에 견줄 바는 아니나 식도락가로서 참 아픈 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때 일제가 말살하려 했던 것은 우리말, 우리 문화뿐 아니라 먹거리, 식습관까지 였다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일제강점기 식량 수탈 관련 링크입니다.
산미 증식 계획은 더 빼앗기 계획 : 식량의 수탈
그럼 지금 있는 흑돼지는 뭘까요? 모두 복원된 종입니다. 각 지역별로 농가와 학계가 힘을 모아 복원했다고 하는데요, 그중 몇몇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흑돼지이고 제주, 강화, 지리산, 김천 지례, 경남 합천, 강원 명파, 전북 장수 등이 그런 산지가 되겠습니다. 흑돼지는 작고 늦게 자라지만 그렇기 때문이 육질이 찰지고 맛이 좋습니다. 원래 우리 땅에서 자라던 녀석이니 우리 입맛에 잘 맞는 것은 물론이고, 쫄깃한 식감에 있어서는 다른 종과 확실히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곳곳의 흑돼지를 맛보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제가 맛본 흑돼지 중 더 좋았던 것은 김천 지례 흑돼지였습니다. 고기의 쫄깃함과 고소함의 정도가 더 특별했는데요, 지례 지역이 물이 좋고 일교차가 커서 그 영향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처음 맛보면 우선 쫄깃함에 놀라게 됩니다. 살은 물론 지방 부분도 쫄깃합니다. 껍데기 쪽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익은 고기를 가위로 자를 때, 이 쫄깃함이 느껴지는데요, 마치 두꺼운 고무줄을 자르는 것처럼 탱탱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납니다. 쌈을 싸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담백했습니다. 기름도 확실히 적게 나오더군요, 일반 삼겹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례 흑돼지의 진정한 맛을 보시려면 쌈을 싸지 않고 고기만 드신 후, 상추나 깻잎을 따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먼저 드신 고기로 인해 혀에 남은 기름기도 제거되어 다음번 고기도 그 참맛을 그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제가 지례 흑돼지를 처음 접한 것이 2010년이었고 그때부터 캠핑이나 모임이 있으면 돼지고기는 늘 제가 준비했습니다. 그때 만난 분들이 이 고기 대체 뭐냐는 질문을 늘 하셨고 전 늘 이 이야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지례 흑돼지는 지례에 가서 맛보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배송 주문해서 드신 다면 원래 드시는 양보다 많이 주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제 경우는 늘 모자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