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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Dea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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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초 Aug 20. 2021

어설프게 착하지 말 것

침묵의 시간

내게 친한 사이의 기준은 침묵의 시간이 견뎌지는가에 있다. 여러 관계 속에서 어색함을 깨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리액션을 하며 영혼 없이 큰 소리로 웃기도 한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려는 배려이기도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쉽게 피로해지기도 한다.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상대에게 달려가 아는 척을 하고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는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특히 다른 관계에서도 '직업병'처럼 상대의 기분에 맞춰 행동하게 될 때가 많다.

어설프게 착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관계의 긴장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가 희생양이 된다. 늘 상대를 이해하는 편에 선다. 언짢은 말을 들어도 기분 나쁘다는 말을 하지 않고 농담으로 넘긴다. 그렇게 소화되지 않은 말들이 가슴에 얹혀 있다.

갈등을 회피하는 경우 그 문제를 직면하기보다 덮어두려 할 때가 많다. 문제들이 하나, 둘 쌓이면 조용히 관계를 정리한다. 상대방은 상상도 못 한 시나리오다. 나 역시도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때가 종종 있었다. 돌아보면 표현하지 않고 넘어간 것들이 문제가 될 때가 많았다. 잠깐의 긴장 상태를 견디지 못해 빨리 덮어 버렸던 것들이 결국 터져 나오는 것이다.

침묵을 견디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조금은 어색하더라도 내 자신을 자연스레 두려고 노력한다. 할 말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어 보려고 한다.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 억지로 내 마음을 끌어올리려 하지 않으려 한다.

내 감정이 분명해지고 내 마음이 명확해질수록 오해가 줄어든다. 상대방의 의도를 모르겠거든 질문해야 한다. 내 안에는 답이 없다. 내 마음도 모르겠는 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의 의중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긴장의 시간을 견딜 때 비로소 관계는 깊어질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려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일들을 멈추자. 남이 원하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나를 바꾸며 살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쉽다. '나'다워지는 것이 어색해질 때마다 내 마음이 편해야 다른 사람도 편하다는 진리를 마음에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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