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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초 Sep 06. 2021

하소연만 들어줘도-

육아의 고충

아침 6시부터 아이들을 깨우면 ‘오늘 학교 취소할래요.’라는 둘째 아이의 대답이 돌아온다. 아침잠이 많은 나로서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나도 알람 소리를 들을 때면, ‘내가 엄만데… 일어나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으니 말이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입덧이 아닌 주로 잠덧을 했다.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출산을 하고 핏덩이 같은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밤을 맞이하는 일이었다. 잠이 많은 내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엥’하는 소리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아이를 살피는 모습을 보며 모성애가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느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첫째 아이를 위해 쏟아지는 잠도 이겨낼 수 있었다.  

    모성으로 지새운 수많은 밤들을 떠올릴 때면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목소리가 커지는 듯하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틈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더 많은 수고를 했다는 마음이 은연중에 깔려 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환산되지 않는 육아의 수고로움을 더 상세히 알아줬으면 하는 보상심리 같은 것들이 작동했다.

  분주한 아침을 뒤로하고 등굣길에 나섰다. 아이들 학교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들게 할 수는 없어 가방을 양쪽 어깨에 들쳐 멘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택시로 갈아타야 하는데 줄이 너무 길어 20분 넘게 기다리게 되었다. 가방도 무겁고 아이들의 짜증도 참아내야 하고 학교에 늦을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들이 뒤섞인다. 문이 닫히려는 틈으로 두 아이를 밀어 넣고 나서야 숨을 돌린다.

  정신없는 마음을 달래며 남편과 카톡을 주고받는다. '아침부터 수고했네ㅠㅠ'라는 남편의 한 마디에 기분이 풀린다. 나 혼자 키웠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급 부끄러워진다. 때로는 답답하고 힘든 시간 속에서 모든 하소연과 푸념을 들어주던 든든한 내 편이 있었다.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구나 싶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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