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등교를 위해 매일 아침 택시를 타다 보니, 여러 기사 아저씨들을 만난다. 택시 아저씨에 따라 등굣길 기분이 정해지는 느낌을 받을 만큼 편차가 크다. 택시에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난다든가, 운전을 거칠게 하는 경우 인상이 찌푸려진다. 길을 잘 모르는 택시를 탈 경우에는 깊은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어제 만난 택시 아저씨는 말을 해도 대답이 없으시고 심지어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맸다. 미터기에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보통 택시 안에서 아이들을 위해 잠깐 기도를 해주는데 이런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길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잘 도착할 것을 믿습니다.” 아이들도 꽤나 진지하게 기도를 들으며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평소보다 2천 원 정도가 더 나왔다. 42불이었는데 아저씨는 2불을 받지 않으셨다. 무심해 보였던 아저씨도 뒷 좌석에 앉은 우리의 한숨 소리가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오늘도 오랜 기다림 끝에 택시를 탔다. “쪼우산” (광둥어 아침인사) 에너지 넘치는 아저씨의 인사에 고개를 들어보니 차 천장에 별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었다. 잔잔하게 클래식 음악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을 보고 다른 길로 가려다가 우리 앞에 차를 세웠다고 하셨다. 천장에 붙인 별들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다. 아이들도 기분이 좋은지 “오늘은 좋은 택시에 탔네요”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아저씨를 위한 축복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누며 목적지까지 잘 도착했다. 내릴 때 아저씨에게 거스름돈도 받지 않았다.
작은 택시 안인데도 낭만이 느껴졌다. 나는 얼마나 내가 속해 있는 공간과 시간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가든 흘러가는 하루이지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꽤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겠다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야만 성공한 삶이 아니라, 나를 스치는 사람들이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성공한 인생이지 않나 싶다. 하루에 수도 없이 일어나는 많은 일들 속에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지’라고 환기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배려가, 과하지 않은 친절이 만들어내는 낭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