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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초 Nov 18. 2021

대화의 농도

며칠 전,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서로 이런저런 안부를 묻던 중에 나의 고민을 털어놓게 됐다.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친구라서 괜히 내 얘기까지 보탠 건 아닌가 싶었는데 나의 오산이었다. 친구의 반응이 마음에 남는다. 마음을 털어놔줘서 고맙다고, 나도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다고.


   사실, 나는 그동안 힘든 걸 잘 말하지 않았었다. 힘들다고 말한다고 달라질 게 있나 싶은 생각도 자주 했던 것 같다. 아니, 그보다 감추고 싶은 삶의 이야기들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내 고민을 얘기 하기보다 친구들의 힘든 마음을 듣는 입장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대화의 농도가 비슷해야 가까운 사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 농도라는 것은 대화의 분량과 대화의 무게를 모두 포함한다.


   자기 얘기만 늘어놓게 되면 상대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고, 말 수가 적어 대화의 여백이 많아지면 어색해질 때가 있다. 관계성이 약한데 너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부담스러울 때가 있고, 친한 사이인데도 속마음을 이야기하질 않으면 서운할 때가 있다.


   고민을 말해줘서 고맙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 많이 서운했겠다 싶었다. 나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동안 뭐가 그토록 두려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유독, 외롭다고 느꼈던 시간들이 많았던 것은 그만큼 남들에게 나를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글을 쓰면서 내 삶에 대한 개방성이 커져감을 느낀다. 감추고 싶던 삶의 이야기들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전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마음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고민하는 시간만큼 나와 더 가까워지는 듯하다.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더 자연스러워지고 싶다. 내 삶을 수용하고, 나를 더욱 긍정하게 되기를 바란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진하고, 산이 높을수록 골짜기가 깊다는 사실을 기억하고자 한다. 삶도 그렇다는 것을. 점점 더 나의 약함을 자랑할 수 있는 내가 되어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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