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기 전에 엄마 집에 머물렀을 때다. 깜깜한 밤이었다. 암막 커튼까지 내려서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떠도 보이는 것이 없어 다른 감각 기관들이 한층 예민해진 때였다. 그리웠던 집 냄새를 맡으며, 따뜻한 엄마 손을 잡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옆에서 잠든 두 아이의 숨소리만이 적막을 채운다. 적막을 깨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오빠랑 나를 키우면서 후회됐던 적이 있어?" 잠이 드셨나? 하는 생각을 할 때쯤 엄마가 대답하신다. "내 배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기뻐할걸, 진주는 흙이 묻어도 진주인데 그 흙을 일부러 떼려고 애썼어. 기다려줄걸" 목소리에서도 연륜이 느껴지는 엄마의 말에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늘 엄마에게 상처받았던 이야기만 읊어대던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젊은 날의 엄마가 보인다. 엄마도 자식을 키우면서 불안하셨겠구나.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렀겠구나. 엄마가 내게 하던 대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다 너를 위한 거라며 잔소리하고, 내가 불안해서 아이들을 통제한다.
그 마음 안에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 또한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지는 듯하다. 나이에 맞게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이왕이면 잘 해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밖에 나가서도 흠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이들에 대한 평가가 나의 엄마 됨을 평가받는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엄마의 말을 떠올리고 싶다. "내 배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기뻐할걸" 이미 존재 자체로 내게 큰 기쁨을 주고 있음을 기억하며 날마다 아이들을 그저, 반갑게 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