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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초 Aug 05. 2021

더 사랑하고 싶어졌다

부지런한 사랑_이슬아

작은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을 기억한다는 것, 끊임없이 관찰하고 누군가의 본질을 보려 애쓴다는 것은 사랑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슬아'라는 작가는 세바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글쓰기 칼럼을 몇 개 읽은 게 전부였다. 이 책을 통해 '이슬아'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기분이다. 사람을, 글쓰기를, 자기의 직업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그녀가 가르친 어린 제자들이다. 글쓰기에 특별한 애착이 있어서라기보다 엄마가 등 떠밀어 보냈을 글방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글을 쓴 아이들보다 그 글을 더 소중히 여긴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작고 어리고 여린 것에 대해 이토록 애정을 품을 수 있다니. 어떤 글이라도 특별함을 부여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참 행운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녀의 눈을 통해 보게 되는 아이들의 글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재능보다는 꾸준함의 힘에 대해서 말하는 대목에서 한참을 멈췄다. 좋은 글을 척척 써낼 것만 같은 그녀도 재능에 대해서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니.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다는 구절을 읽으며 그녀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학생들에게서 재능을 발견할 때도 재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꾸준하게 써 나가는 것이 쓰는 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일기 이상의 글에 대해서 고민하던 내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일기 이상'이란 자신 이외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이라 정의 내린다. 글로서만 독자를 설득시켜야 하는 것이다. 나의 글쓰기의 세계가 얼마나 좁았었는지, 나의 문장들이 얼마나 친절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이번 여행 어땠어?'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좋았어'라고 말하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했던 걸까. 몇 단어, 몇 문장으로만 말하기에는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 담을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덤덤하고 무던한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일상의 글들을 읽으며 조금은 더 친절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글을 통해 간직하고 싶어 졌다.



  책에는 여러 명의 글쓰기 스승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녀가 지금의 그녀일 수 있는 데는 많은 이들의 기대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기대를 받고 자란 그녀는 어린 제자들을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 기대 어린 마음에는 제자들의 좋은 점을 부지런히 찾아내려는 사랑이 있다.



  책을 읽고 나니 내 삶을 더 사랑하고 싶어 졌다. 내 글의 주어가 되는 사람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 졌다. 기어이 그들의 삶에 가서 앉아보고 싶어 졌다. 사람의 마음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뇐다. 금세 흘러가버리는 일상을 글을 통해 기어이 붙잡아두고 싶어 진다.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 부지런히 써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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