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이 없는 영혼의 포식자
남들 만큼은 벌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남들 만큼은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남들 하는 만큼 카피도 잘 써야지
열심히 하는 게 본분에 충실하는 거니까
아니, 남들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해
암~ 더 가져야 하고 말고
그렇지, 넌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더 가져야 해
그래야 너의 가치가 빛이 나는 거야
그래야 위로! 위로! 더 멀리 꼭대기로 갈 수 있어
카피만 잘 쓴다고 능사가 아니란다
프레젠테이션도 매끈하게 해야 해
좀 멋있게 입을 순 없어?
이 바닥은 원래 이래
옆 사람을 네 경쟁자라고 생각해
욕심을 가지렴, 제발
영혼의 포식자 '욕심'은 '남들 만큼'이라는 타당한 이유로 고개를 쳐듭니다. 죄가 되지 않을 만큼의 자기 합리화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본색을 드러내고 모든 걸 집어삼킵니다.
욕심의 위장은 거대하고, 소화력은 무시무시합니다. 만족이 있을 턱이 있나요? 10만 원을 가지면 100만 원을 가져야 하고, 100만 원을 가지면 1000만 원을 가져야 합니다. 남이 가진 것이라면, 그것이 필요하던 아니던 나도 가져야 합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배가 고픕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욕심을 가졌는지 눈치채지 못한다는 거예요. 욕심은 위장술의 천재니까요. 그럴싸한 동기와 목표로 자기를 보기 좋게 포장하거든요.
포식자를 넘어선 파괴자 '욕심'. 나는 내 몸이 무너진 뒤에나 알게 됐어요. 이놈의 욕심에 내가 속았구나! 힘을 뺐어야 했는데 과했구나! 남들 만큼 한다는 게 지나치게 더 했구나!
그래서 매일 결단합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로.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건강에 만족하기로.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을 사랑하기로. 하지만 모를 일이죠. 욕심이란 놈이 어느새 멋진 옷을 입고 고개를 쓱 들이밀면 나는 또 속을 수 있으니까.
이 포악한 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할 수는 없을까요? 해탈할 수는 없을까요? 아, 그러려면 인간계를 떠나 저 멀리 화성에라도 가야 하는 건가요? 욕심을 멀리 내쫓고 만족을 곁에 두는 삶, 어디에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