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구별하기 위한 상표나 특성을 말한다.
브랜드는 기업이 강조하는 가치와 고객이 부여하는 가치 교차점에서 발생한다.
소비자가 지각한 이미지와 경험. 기업 무형자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브랜드를 만든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 정체성 확립이다.
브랜드 정체성이 확립되면 새로운 사회적 문법을 만들어 낸다.
새로운 문법은 장소, 시즌, 제품(물품)을 통해 탄생한다.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은 '웸블리'로 상징된다.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은 항상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다.
1923년 경기장 개장 후 재건축 등 특수 상황을 빼곤 늘 결승전을 이 곳에서 개최했다.
역사가 100년에 이른다.
토너먼트 대회는 공식 결승전이 존재한다.
결승전 희소성은 "We're going to Wembley"로 상징된다.
유럽은 유로 2020 대회를 특정 국가가 아닌 유럽 전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그 전 대회는 특정 국가에 모든 팀이 모여 경기를 가졌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유럽 전역에서 개최되는 대회 결승전 경기장이다.
축구를 대표하는 명확한 정체성. 웸블리가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유로 2020 대회는 코로나 19 여파로 한 해 연기됐다.)
독일 FA컵(DFB 포칼) 역시 "WIR FAHREN NACH BERLIN!"이라는 상징 구호가 있다.
잉글랜드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베를린에 간다!"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의미다.
독일은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대회 결승전을 개최하고 있다.
1985년부터 대회 결승전을 베를린에서 개최했다.
1985년. 독일은 아직 분단국가였다.
독일 축구는 서독 축구 역사로 이어지고 있는데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은 서베를린에 속해 있었다.
서독은 대회 결승전을 개최하기 위해 동독을 지나 베를린에서 결승전을 개최해 왔다.
이 경기장은 2006 독일 월드컵 경기가 열린 장소기도 하다.
독일은 월드컵을 준비하며 경기장을 보수 공사를 했다.
공사 중에도 DFB 포칼 결승전은 여기서 열렸다. 경기장이 가지는 명확한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천황배 FA컵 & 하코네 에키덴
양력 1월 1일은 일본 오쇼가쓰(お正月) 명절 기간이다. 일본은 양력 1월 1일 새해를 한국 음력 설날처럼 지낸다. 일본 최대 명절로 1월 1일부터 1월 3일까지 법정 공휴일이다. 대부분 관공서 기업 정부 부처는 연말 양력 12월 29일부터 1월 3일까지 쉰다. 이 기간에 도쿄에서는 천황배(일본 FA컵) 결승전과 하코네 에키덴이 열린다.
일본 FA컵 결승전은 매해 1월 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개최된다.
참고로 도쿄 1월 날씨는 한국 10~11월 정도 된다. 축구 경기를 하기 적절한 날씨다.
만약 지역 팀이 FA컵 결승에 진출하면 서포터는 새해를 도쿄에서 맞게 되는 셈이다.
새해가 되면 일본 축구 이목은 늘 도쿄로 쏠린다.
하코네 에키덴은 마라톤과 이어달리기를 합친 경기라고 볼 수 있다.
도쿄에서 하코네 산까지 총 10개 구간을 선수들이 나누어 달린다.
20개 대학팀이 참가하며 일본 나라시대 중앙과 지방을 잇는 도로에 정비된 역제(駅制)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코네 에키덴 역시 일본 최대 명절 기간에 열리는 대표적인 대회다.
가는 날 어디가 가장 빨랐나. 돌아오는 날 어디가 가장 빨랐나.
두 구간을 합쳐 누가 가장 빨랐나를 가린다고 한다.
하코네 에키덴 역시 새해가 되면 시민들의 이목을 끄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가 끝난 후 가을 즈음 열려 '가을야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애칭이 붙은 몇 안 되는 경우인 듯하다.
가을야구를 필두로 다른 종목 포스트시즌을 봄 배구 봄 농구로 부르기도 한다.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시기가 가을 즈음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대회 시기가 만든 표현 '가을야구 하자!'는 팀을 응원하는 구호가 된다.
"가을 야구한다!"는 표현도 포스트시즌 경기 치른다는 의미가 된다.
고정된 시기가 브랜드를 만들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에게 수여하는 우승 트로피다. 트로피 손잡이 모양이 큰 귀를 닮았다 해서 빅 이어라고 부른다. 공식 명칭은 Coupes des Clubes Champions Européens. 쿠프 데 클뤼브 샹피옹 에우로페앙... 유럽 챔피언클럽 컵.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라는 말은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말이 된다.
우승했다는 건조한 표현보다 정체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마스터스 골프대회는 4대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마스터스(The Masters Tournament)와 함께 US오픈(US Open) 브리티시오픈(British Open) PGA챔피언십(PGA Championship)이 세계 4대 메이저 골프대회로 꼽힌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가 마스터스를 주관하며 1934년 첫 대회가 열렸다. 그린 재킷은 대회 우승자에게 수여하며 대회를 상징하는 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1949년 대회부터 우승자에게 그린재킷을 수여했다. 대회 전년도 우승자가 대회 우승자에게 입혀준다.
그린 재킷을 입은 선수가 우승선수가 된다.
'그린 재킷'은 마스터스 대회 우승을 상징한다.
트로피보다 더 큰 상징성을, 별거 아닐 수 있는 초록색 재킷이 가지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어떤 일이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하려면 문제점이 세부사항 곳곳에 숨어있어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별 거 아닐 수 있는 '시기 장소 상징물'이 큰 차이를 만들어 냈다.
브랜드를 만드는 요소도 세부사항 곳곳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이를 찾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악마가 디테일에 있듯, 브랜드를 만드는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