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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18. 2020

워킹맘은 어떤 마음으로 야근을 할까?

하면 할수록 미안한 워킹맘

현대인은 모두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의도는 좋아요. 그러나 인간은 어떤 모습이든 가치 있어요. 못나지 않았어요. 못났다고 애쓰는 그 부분의 자존감이 약할 뿐이죠. 부모의 자격이 뭔가요? 부모는 부모예요. 세상에 못난 부모는 없어요. 자식에게 "쯧쯧, 못난 놈" 하면 안 되지요? 마찬가지예요. 간혹 죄책감에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땐 더 나은 엄마가 되려 하지 말고, 자기 결핍을 돌보라고 해요. 노력은 충분해요. 있는 그대로 자격도 충분합니다.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오은영 박사


열에 아홉은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워킹맘들의 현실 (출처 : KB금융그룹 '2019 한국워킹맘보고서')


워킹맘 100명 중 95명은 퇴사를 고민해 본 경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100명 중 100명이 아니라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3년 전쯤에는 세 아이의 엄마인 워킹맘이 육아휴직 복귀 후 7일 연속 근무를 하고, 평일 내내 야근을 하다가 과로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중앙부처 공무원이셨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하루에 11시간 이상 일하면 심근경색 위험이 2.9배 늘어나고, 일주일에 5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면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워킹맘의 경우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육아와 가사 때문에 편히 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워킹맘은 퇴근과 동시에 다시 출근한다고 하지요.



야근 안 하는 직장인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야근은 최대한 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야근 안 하는 직장인이 과연 있을까요? 

매일은 아니더라도 업무 특성에 따라 특정 시기, 특별한 이슈, 조직의 분위기 등에 의해 직장인들의 야근은 불가피합니다.


저 또한 "가급적 야근은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하지만, 실천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야근을 많이 하지 않는 분위기의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그 안에서 저는 야근 많이 하는 사람으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이를 낳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야근은 물론, 업무 특성상 조기 출근이나 지방 출장, 주말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꽤 있었죠. 정해진 업무시간 외 일을 한다는 것은 그리 반갑지 않은 현실이었으나 아이를 낳기 전에는 그게 걱정거리가 되거나 삶에 큰 지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가끔은 야근이 하고 싶다


지난 7월에 3개월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이후에는 야근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딱 한번 야근을 한 적이 있는데(어제요) 그 마저도 퇴근시간이 8시를 넘지 않았던 수준이죠. 


대신 일거리를 싸들고 집에 올 때가 많습니다. 1박 2일 지방 출장을 가야 할 일도 한 번 있었는데 두고 온 아이 걱정에, 아이를 혼자 돌볼 남편 걱정에, 돌봄 시간이 길어진 엄마 걱정에 마음이 한 시도 편치 않았습니다.


제가 야근을 하게 되면 저 대신 아이를 돌봐주시는 엄마도 덩달아 야근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하루 종일 보고 싶었던 아이를 얼른 품에 안고 싶기도 하고요.


일거리를 싸들고 오는 날 퇴근 후 일과입니다.

집에 와서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집안일 조금, 내 몸 씻기 조금 하다 보면 시간이 10시가 훌쩍 넘습니다. 그때 노트북을 켜서 주섬주섬 일을 시작하지만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일의 능률이 잘 오르지 않습니다. 꾸역꾸역 못다 한 일을 하거나, 결국 내일로 미루고 늦게 점을 청하게 되더군요.


이럴 땐 가끔 마음껏(?) 야근을 할 때가 좀 그립습니다.

텅 빈 사무실에서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며 내 일의 결과물에 날을 갈아 뾰족하게 만드는 그 기분은 나쁘지 않거든요.




오늘은 6시 땡 정시퇴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팅들과 불쑥불쑥 치고 들어오는 지원 업무들로 계획대로 일을 못했네요. 야근을 하면서 집중해서 얼른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야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남은 일들을 싸들고 일단 후퇴합니다.


퇴근을 하면서 매일 퇴근길 발걸음을 급히 옮기며 만나던 워킹맘인 직원이 야근을 시작하고 있는 뒷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직원은 어제도 야근을 했지요. 업무 특성상 특정 시기에는 야근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어제는 아이의 두 번째 생일 었는데 아침에 일찍 나오고, 저녁에 늦게 퇴근하느라 잠자는 모습만 봤다고 하네요. 


그 워킹맘은 어떤 마음으로 야근을 하고 있을까요?


아이를 재우면서 저도 깜빡 잠이 들었었네요. 12시가 가까운 시각, 못다 한 일을 하려고 컴퓨터를 켭니다.


워킹맘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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