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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16. 2020

육아하는 마음

어떻게 하면 마음 편한 아이로 클까

육아가 뭔가요? 사회구성원으로 하고 싶은 일을 편안한 마음으로 하도록 돕는 거예요. ‘긴 과정, 일관되게, 돕는다’ 이 세 마디를 명심하세요. 부모들은 제게 묻죠. 잘 키우려면 뭐가 중요하냐? 전 무조건 마음이 편한 사람으로 키우라고 해요. 가까운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사람이면 족하다고. 그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의 특성을 파악해서 억울해하지 않도록, 돕는 거라고요.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오은영 박사


낮잠은 잘 잤어?
응아는 했고?
먹는 건 잘 먹었겠지?
보채지 않고 잘 놀았으려나?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이렇게 아이의 안부를 묻습니다.


위의 네 가지 질문 모두에 긍정적인 대답이 달린다면 아이의 하루는 안녕한 겁니다. 동시에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보낸 친정엄마도 안녕하겠죠.


물론 위의 네 가지에 모두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은 별로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먹고, 자고, 싸는 게 일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만 해도 효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는 건강하게만 태어나달라고 기도합니다.

건강하게 태어나면 이목구비가 좀 예쁘면 좋겠다고 합니다. 콧대가 높아지라고 손으로 콧대를 주무르며 아이를 귀찮게 하기도 합니다. 팔다리도 길고, 두상은 동글동글 하면 좋겠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똑똑한 아이로 자라면 좋겠어서 책들을 들이밉니다.

엄마는 실패했지만 아이만은 영어 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엄마는 알아듣지도, 따라 부르지도 못하는 영어 동요를 틀어줍니다. 

말도 조금 더 빨리하면 좋겠고, 한글도 빨리 떼면 좋겠고…….


아이에게 바라는 게 점점 많아지고, 요구사항도 많아지겠죠.


잠만 잘 자도, 먹는 것만 잘 먹어도, 심지어 대변만 잘 봐도 아이에게 잘했다는 말을 반복하며 아낌없이 칭찬했는데 점점 “공부 좀 하자.”, “책 좀 읽자”, “왜 그것밖에 못해?”, “제발 말 좀 들어라"라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먹고 자고 싸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당연히 공부를 잘해야 하고, 당연히 리더십이 뛰어나야 하며, 당연히 사교성도 좋고 운동도 잘해야 한다며 아이에게 강요하지는 않을까요?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성적이 대학을 결정한다'는 말로 불안을 부추기는 세상 속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목적지와 시선이 옆집 아이에게 맞춰지게 되지는 않을까요?


지금 생각으로는 아이에게 한 걸음 물러서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편안하게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하지만 저도 제가 언제 흔들리고 변할지 장담은 못하겠네요.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밝고 편안하게 자라면 된다고 말을 하면서도 아직 태어난 지 300일도 안된 아이를 다른 또래 아이들과 자꾸 비교하며 조바심을 내는 제 모습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오은영 박사는 아이를 키우며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을 땐 '어떻게 하면 마음 편한 아이로 클까' 그것만 염두에 두라고 합니다.

 

비교하는 마음과 아이를 질타하는 마음, 아이를 보며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 때면 위의 한 문장과 지금 이 마음을 떠올려야겠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만 해도 양쪽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최고! 잘했다! 예쁘다! 하는 그 마음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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