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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15. 2020

모든 것이 첫 순간


1년이 사계절로 이뤄진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일까. 너무 쉽게 지나가는 시간들. 다음에, 나중에, 하는 사이 바뀌어있는 계절들. 그러니까 봄은 봄인 줄 알고, 여름은 여름인 줄 알고, 좋은 시간을 보내두라고. 왜냐면 그 계절은 지금도 쉼 없이 가고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김신지


응애애~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낸 소리, 그 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젖가슴에 빨간 입술을 가져다 대었던 그 찰나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순간은 아이가 지구별의 산소를 처음으로 마신 순간이자, 저에게도 내 몸에서 한 생명을 꺼내어놓는 첫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아이에게는 모든 순간이 첫 순간이 됩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사람들

병원과 조리원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간 집

첫 미소, 그리고 웃음소리

첫 옹알이

처음으로 먹은 이유식

첫나들이

처음으로 잔 통잠

열이 나서 처음으로 갔던 응급실

첫 뒤집기

처음으로 먹는 음식들

첫 친구


아이의 세상에는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새롭게 보고, 새롭게 경험하고, 새롭게 느끼는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이는 첫 순간의 관문을 온몸으로 지나며 자신의 세계를 점점 넓혀하고 있고요.


엄마에게도 모든 것이 첫 순간


아이가 첫 순간을 경험하는 것 같이 엄마도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첫 순간이 됩니다.


내 몸에서 한 생명을 키워내는 긴 순간들

바스러질까 두려워하며 처음으로 아이를 안던 날

처음으로 목욕을 시키던 날

처음으로 똥기저귀를 갈던 날

처음으로  보고 아이가 웃던  순간

아이의 입에서 엄마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 순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아이의 첫 순간에 엄마도 처음의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감격으로 늘 함께합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배밀이를 하던 때를 기억합니다.

아이는 바둥거리며 젖 먹던 힘을 다해 1cm씩 앞으로 전진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힘을 내',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포기하지 마', '잘했어'하며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아이의 첫 순간을 함께하며 아이에게 많이 하게 될 말들이겠죠?


겨울에 태어났던 아이는 봄과 여름과 가을을 지나고 있습니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 아이에게는 더 많은 첫 순간들이 생길 테고, 어쩌면 첫 순간들도 너무 쉽게 지나가는 시간들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쉼 없이 흐르는 아이의 시간 속에서 한 순간도 당연하거나 가볍지 않은 기적과 같은 첫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싶네요.




아가야, 너의 첫 순간이 늘 설레고 즐겁기만 하지는 않을 수도 있어.

힘든 첫 순간을 이겨내야 더 넓어지고 깊어진 또 다른 첫 순간을 맞을 수 있을 거야.

엄마 아빠가 너의 첫 순간을 대신 지나가 줄 수는 없지만 때론 한 걸음 뒤에 서서, 때론 옆에서, 때론 앞서 본을 보이며 함께할게.

엄마 또한 너의 첫 순간을 함께 보낼 처음 순간들이 기대된다.


계속 찾아올
우리의  순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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