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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19. 2020

아이는 1살, 나는 39살

마음만은 젊은 엄마

죽은 건가요? 노산이라고 위험하다고 하긴 했는데 정말 죽은 건가요? 죽는 게 아쉬워서 그런 건 아니에요. 이루고 싶던 거 다 이뤘으니까.
-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는 대사로 글을 시작해봅니다.


출산 당시 나이가  35 이상일  보통 노산이라고 한대요. 노산경우 기형아 출산 확률 증가, 유산할 확률도 증가, 임신성 당뇨  임신중독증에 걸릴 확률도 증가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100 시대라고 하더라도 노산의 기준 나이는 높아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생각지도 못하게 38세에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39세에 출산을 했습니다. 그나마 앞자리가 3  낳아서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고령 임산부일 경우 임신 초기에 특히 조심을 해야 한다고 하죠? 저는 임신을 으리라고는 1%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뱃속에 아이가 생긴지도 모르고 거의 매일 출근 전에는 수영, 퇴근길에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했네요. 시부모님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산에도 올랐었고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다닐   좋은 일이 생겼으면 어쩔 뻔했나 싶습니다.


비교적 체력도 좋고, 건강한 편이라고 자부했기 때문에 고령 임산부가 아닌 척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더군요. 임신 기간 중 진행하는 몇 가지 검사의 관문을 한 번에 통과한 게 없습니다.


임신 4개월쯤 하는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이라는 결과가 나와버렸습니다. 배를 바늘로 찔러양수를 뽑아내어 아이의 염색체를 살펴보는 양수검사를 했었어요. 임신성 당뇨 검사에서도 재검 판정이 나와서 3시간 동안 병원에 머물며 4 채혈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 '이상무'였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순간들을 지날 때는 걱정과 무력감을 극복해내기가 쉽지 았어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에는
젊은 산모가 부러웠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젊은 엄마가 부럽습니다


딸이 나이를 먹은 만큼 친정엄마도 연세를 꽤나 드셔서 힘이 넘치는 손주를 돌보시는 게 힘에 부친다고 하십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며 할머니 품에 안겨 있는 아이와 아이를 안고 있는 할머니를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짠해져 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이면 저는 쉰살을 바라볼 테고,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저는 환갑이 됩니다.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체력과 경제력에 대한 부담이 현실로 다가오네요.


학부모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오는 , 다른 친구 엄마보다 우리 엄마가  늙은 모습을 보고 아이가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는데 내가 겪을 일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마이갓.


결혼 후 아이 낳는 것을 미루다가 시간이 흐르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 생각했었어요. 결국 이렇게   알았으면 '결혼하고 바로 준비해서 아이를 가질껄'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지나간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조물주께서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법으로 주신 선물인데 말입니다.


아이는 눈에 띄게 자라고
엄마는 눈에 띄게 늙고


최근 흰머리가 부쩍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오늘 출근 전에흉하게 눈에 띄는 흰머리 4-5가닥을 뽑아내었고, 퇴근 후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훤히 드러나는 정수리 부분의 흰머리 10가닥 정도를 남편이 뽑아주었네요.


체력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출퇴근 길 지하철에 자리가 나면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게 일상이 되었네요. 출산 후 늘어난 뱃살과 여기저기 붙은 지방들도 죽어라 운동하지 않으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피부도 탄력을 잃었고, 머리카락도 점점 가늘어집니다.


아이의 세포는 새로 생기고, 커지고, 생기가 점점 더 늘어나는  몸은 퇴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이의 시간과  시간이 정반대로 흐르는 듯해요.


그렇지만 마음만은 젊은 엄마가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와 더 힘차게 놀아줄 수 있도록,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아이가 고생하고 꿈을 접지 않도록 더욱 힘내어 살아야겠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느지막하게 얻은 아이가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지금 육아 에세이를 쓰고 있는 브런치 매거진 주소를 'youraisemeup'으로 지정하기도 했죠.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아이와 동화책을 읽고, 동요를 부르면서 스스로는 생겨나지도 않고,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에너지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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