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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20. 2020

워킹맘,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 '애착'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이 세상 전부다. 부모가 곧 세상이다. 
-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모건 스콧 펙


아가야, 엄마 회사 갔다 올게.
할머니랑 잘 놀고 졸리면 잘 자고 있어.
사랑해. 


매일 아침 출근길에 나서며 아이한테 이렇게 인사를 합니다.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끌어모아 이렇게 인사하지만, 아이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어떤 워킹맘들은 아이가 아침마다 안 떨어지려고 울어서 출근하는 게 힘이 들고 속상하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너무 쿨하게 보내줘서 속상합니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애착'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볼 수밖에 없는데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강하게 느끼는 정서적 유대감을 애착이라고 합니다. 건강한 애착은 사회성, 자존감, 신뢰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애착 형성이 잘 되지 않으면 불안이나 공격성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보통 애착형성은 생후 4개월 정도부터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보다 엄마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며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불편한 것이 있을 때 울음으로 의사를 표현하며 엄마를 찾습니다. 이때 엄마는 아이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서 반응해주고, 필요한 것들을 채워줘야 애착 형성이 잘 된다고 해요.


생후 8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시기는 가장 분명한 애착 형성단계로 간주합니다. 애착형성이 눈에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분리불안'이 생기는 시기도 이 시기라고 합니다. 양육자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거나 울고, 주 양육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낯섦을 느끼기도 합니다.


역으로 양육자가 없어도 불안해하지 않거나, 낯선 사람에게도 낯가림을 하지 않는 경우는 오히려 불안정한 애착형성이 된 것이라고 하네요.


엄마가 있든 없든, 가든 오든, 애써 찾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걱정이 생깁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서도 낯을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안기고 먹을 것을 주면 받아먹는 아이가 그저 순하고 무던한 성격을 가져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애착이 불안정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가 6개월 되었을 즈음 복직을 하게 되었고, 평일에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야 세 시간 반 정도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아이가 애착형성이 잘 안된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물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나름 최선을 다합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안아주고, 입으로 '사랑한다',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맙다', '내가 있어서 행복하다',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표현합니다. 몸으로 놀아주기도 하고, 어디에서도 써먹지 못하는 개그욕심을 아이에게 부려보며 웃기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 '엄마 왜 저래'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런데 늘 부족한 마음이 듭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퇴근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나면 보행기를 타거나 기어서 문 앞까지 나와 저를 보고 환하게 웃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두세 번은 아침에 출근할 때와 마찬가지로 가는지, 갔다 왔는지, 진짜 온 건지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아이는 분리불안이 없는 것 같은데 오히려 엄마인 제가 아이와 떨어지면 분리불안이 생기네요. 


인터넷 검색을 하며 우리 아이가 어떤 애착 형태를 보이는지 검색도 해보고, 아이의 행동에 사례들을 대입해보기도 하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일하는 엄마 대신 외할머니가 할머니만 가질 수 있는 사랑과 애정으로 아이를 잘 보살펴 주십니다. 저도 짧은 시간이지만 출근 전, 퇴근 후, 주말 등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 최선을 다해 아이의 요구에 관심을 가지고 반응하며 내가 줄 수 있는 사랑과 애정을 듬뿍 쏟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제 노력이 모두 아이에게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어떤 이유들로 인해 아이가 내가 생각하고 기대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죠.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이 세상 전부이고, 부모가 곧 세상이라고 합니다. 훗날 지금을 떠올릴 때 후회하지 않도록, 또 일하는 엄마로서 내 선택이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밤에는 아이를 안아서 재웠습니다. 품에 안겨서 잠든 아이를 한참이나 더 안고 있었죠. 팔은 좀 아팠지만 제 품에 폭 안겨서 자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제 마음이 아이에게 가서 닿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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